이제 관심은 펀더멘털로

정보에 사서 뉴스에 팔았다. 신용평가회사인 S&P가 국가신용등급을 한단계 상향조정했다. 해석이 분분하던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 공세가 이유를 찾은 셈. 증시 일각에서는 "외국인이 '고급 정보'를 이용해 맘껏 수익률을 높이는 사이 국내투자자들은 뒤통수를 맞은 것도 모자라 정리까지 해야할 판"이라며 볼멘소리가 나왔다. 물론 외국인이 신용등급 상향을 기점으로 매도우위로 돌아설 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이 경우 기관이 적극적으로 물량 받아내기에 나설 지도 관심거리다. 13일 종합지수는 590선에 근접했다. 단기 급등을 이끌어낸 반도체 등 주도주 상승세가 꺾이고 강력한 매수주체가 돌아선 데다 재료마저 노출돼 부담이 크다. 이번주 후반 집중된 미국 경제지표와 4/4분기 실적 전망 발표를 앞두고 펀더멘털이 부각될 때다. ◆ 신용등급, 추진력 제공하나 = 이날 S&P는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한단계 올렸다. 약세권에 머물던 주가는 이같은 소식을 즐기며 급반전, 나흘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번 S&P의 결정으로 이머징 마켓내 비중 강화, 구조조정 가속화, 비용절감, 무디스 등의 신용등급 동반 상향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신용등급 상향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호재임이 틀림없다. 투자심리 개선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유동성 유입과 경기회복 기대감이 현 증시에 반영된 점을 감안할 때 주가에 미치는 단기적인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이날 조정 국면을 연장하는 힘으로 작용했으나 오히려 재료 노출에 따른 본격적인 조정 장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99년에는 달리 기댈 데가 없는 상황에서 투기등급에서 투자등급으로 신용이 올라가자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지금과는 크게 다르다"며 "이날 반등으로 신용등급 상향은 재료로써 가치를 다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외국인, 매매 패턴 주목 = 외국인이 이달 들어 처음으로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전날까지 8일 연속 매수우위를 보이며 8,2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으나 이날 태도를 바꿨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도 매도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이 현선물을 동시에 매도하기는 지난달 10일 이후 5주만이다. 외국인이 신용등급 재료를 미리 알고 대응한 것인지, 지수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를 참지 못한 것인지는 여부는 앞으로의 매매 패턴으로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수상승이 외국인의 힘을 제외하고는 설명되지 않는 만큼 외국인 매수 강도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매도 시점을 탐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외국인이 매물을 내놓을 경우 기관이 저가 매수에 참여하면서 지수를 받친다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으나 이는 지나친 낙관론에 휩쓸리고 있다는 생각이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신용등급과 주가와 관련된 학습효과 등을 고려하면 추가 상승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으나 시장이 강한 탄력을 유지하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관의 매수 가담은 충분한 조정이 발생한 후에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 증시 주변여건 양호 = 증시 주변 지표는 우호적인 신호를 내고 있다. 거래량이 급증했으며 고객예탁금은 5개월중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반도체 현물 가격 급등세도 강한 무기다. 이날 거래량은 8억6,000만주를 넘어서 사상 3번째 기록을 차지했다. 최근 사흘 연속 7억주 넘는 물량이 손을 옮겼다. 하이닉스로 인한 왜곡을 감안해도 매물대의 중심에서 물량을 소화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주가가 거래량을 따라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대기 매수세를 가늠할 수 있는 고객예탁금은 지난 12일 현재 이레 연속 증가하며 9조원대에 접근했다. 지난 6월 2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다만 실질 고객 예탁금은 큰 변화가 없는 점이 부담이다. 반도체 현물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잇고 있다. 주력제품인 128메가의 경우 닷새 동안 무려 80% 이상 급등했다. 계절적인 수요에 따른 변동으로 풀이되고 있으나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반도체쪽에서 회복 신호가 어느 정도 크게 나올 지 관심이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