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中企 '대출 문턱' 여전히 높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전자부품을 생산해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S사는 이달 들어 주거래 은행을 두 번이나 바꿨다. H은행에서 65억원을 연 7.75%로 대출받아 썼으나 이달초 K은행이 금리를 연 6.8%로 낮춰주겠다고 해서 거래은행을 돌렸다. 그러나 최근 S은행이 같은 금리에 무역금융이나 구매자금대출 우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의해 또다시 거래은행을 갈아탔다. 우량 중소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은행간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금리인하 대출한도확대 무담보' 등을 무기로 우량 중소기업을 서로 빼앗아오는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수익성이 좋고 재무구조가 양호한 우량 중소기업엔 은행 지점장들이 줄을 서고 있다. 반면 정작 은행 돈이 필요한 일반 중소기업들 사이에는 은행 문턱이 여전히 높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이처럼 적극 나서는 것은 올들어 격돌했던 가계대출 시장이 포화상태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 이제 안전하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출 대상은 우량 중소기업밖에 없다고 은행들은 판단하고 있다. 연말까지 중소기업 대출을 1조원 이상 늘리기로 한 국민은행은 오는 19일부터 '우량 중소기업유치 증대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우량 중소기업을 많이 유치한 점포엔 성과급을 주고 우수 직원은 해외 연수도 보내줄 계획. 신한 한빛 조흥은행 등도 연말까지 1조원 대출확대 목표를 세우고 각 영업점에 우량 중소기업 발굴을 독력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연말까지 중소기업대출 확대 목표로 잡은 금액만 11조원을 넘지만 문제는 믿고 돈 빌려줄 만한 우량 중소기업은 한정돼 있다는 것. 신한은행 중소기업지원부 한용석 차장은 "매출 1백억원 이상의 국내기업 7천여개사 중 신용 대출을 해줄만한 우량 기업은 3천여개사 정도"라며 "모든 은행이 이들 기업에만 대출하려다 보니 경쟁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대부분 우량 중소기업은 자금여유가 있어 대출수요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은행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 중소기업팀 정광렬 과장은 "일부 은행들이 우량 중소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금리를 앞다퉈 낮추면서 적정마진 이하의 대출도 일어나고 있다"며 "그럼에도 현재로선 가장 확실한 수익창출 시장이기 때문에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경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