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組暴경제'] (7) 美國 마피아..범죄稅 거둔 '밤의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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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의 나라" 미국에서 창출된 대표적인 "성공"신화 가운데 하나가 이탈리아계 이민들을 중심으로 한 마피아 신화다.
철저한 범죄조직에 근대적 기업원리를 결합시킨 독특한 "범죄자본주의"는 세계 "조폭 경제"의 효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카포네의 옛날 얘기가 아니다.
최근 수그러들긴 했지만 90년초반까지만 해도 도처에 마피아들이 넘쳐났다.
1920년대부터 뉴욕에서 본격 활약한 마피아는 밀주로 돈을 벌었다.
33년 금주법이 사라지면서 사업 대상은 마약으로 바뀌었다.
40년대에는 뉴욕시에서 거래되는 마약의 95%를 장악했다.
중국에서 1kg당 3천달러를 주고 아편을 밀수해와 30만달러에 팔았다.
1백배가 남는 손쉬운 장사였다.
이른바 '5대 패밀리'가 경쟁하던 뉴욕 마피아는 조직 확장에 기업 원리를 적용했다.
대표적인 조직이 루케세가(家).
루케세는 '동지'들과 함께 유리창 청소전문업체를 차렸다.
그리고는 자기들에게 유리창 청소용역을 주지 않는 건물의 유리창을 모두 깨버렸다.
당연히 '관할' 지역의 유리창 청소를 독점했다.
그는 사업을 확장하면서 노동조합을 이용했다.
유태인들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닭고기 음식을 먹는다는 것을 알고 닭공급 시장을 독점했다.
지역 노조간부와 결탁해 '양계조합'을 결성한 뒤 공개 경쟁을 없앴다.
독점 가격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일정 이익을 보장해주는 반면 비조합원들에게는 협박과 폭력 등 '마피아식 설득 방법'으로 조합 가입이나 사업 포기 중 양자택일토록 했다.
편안한 독점 영업이 가능해진 조합원들은 마피아들에게 닭고기 판매량 1파운드당 7센트씩의 '세금'을 냈다.
이것이 미국에서 '밤의 정부'에 낸 최초의 범죄 세금이었다.
'노조 장악'을 통한 사업확장 방식은 빠르게 확산됐다.
대표적인 게 쓰레기 수거사업.
청소차 운전기사들을 강제로 가입시킨 뒤 청소비를 마음대로 받았다.
지난 9월 테러사태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의 경우 마피아가 장악하던 80년대에는 하루 청소용역비가 1백20만달러였으나 독점이 무너진 90년대에는 15만달러 언저리로 내려갔을 정도다.
사업은 갈수록 지능화됐다.
지노비스가(家)는 의료보험 사업에까지 진출했다.
트라이콘 그룹이라는 의료보험 브로커회사를 차려 병원측에 과다 청구케 하고 이를 보험회사에서 지급받도록 한 뒤 병원에서 다시 리베이트를 받는 방법으로 폭리를 취했다.
마피아는 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급속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마피아 구성원이라는 사실만으로 1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하고 정보 제공자를 철저히 보호해주는 부패조직척결법(RICO)이 그 때 만들어졌다.
여기에 93년 마피아의 천적 루돌프 줄리아니 검사가 뉴욕 시장에 당선되면서 '전쟁'이 본격화됐다.
그는 마피아의 온상인 풀턴 수산시장에 철퇴를 가하는 것으로 시장 집무를 시작했다.
마피아는 불을 지르고 파업을 하는 등 강력히 저항했지만 결국 줄리아니가 이겼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마피아는 지금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