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만남 .. 김이숙 <이코포레이션 대표>

ekim@e-corporation.co.kr 비즈니스미팅은 많아도 좀처럼 사람의 만남은 쉽지 않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도 어려울 때 부탁하거나,급할 때 도움을 청하거나,동의받기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야 할 때는 '그동안 정말 사람에 얼마나 투자했나,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샀나,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신뢰를 구축하고 있는가'자문하게 된다. 최근 중국사업 성공의 비법을 얘기하면서 '콴시'라는 사업관행을 많이 연구하고 있다. 중국사람들은 한번 신뢰하기 전에는 절대 사업을 시작하지 않는다. 계약서를 쓴 것은 관계의 시작만을 뜻할 뿐이다. 그 후에도 최적의 선택인지 면밀한 조사에 들어간다. 확신이 설 때까지,최종의 결정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성급한 우리 기업들은 만만디의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함을 드러내 관계를 망친다. 그들은 그 기간에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지 계속 관찰한다. 신뢰를 이끌어내기 전에는 절대 비즈니스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신뢰가 구축되면 그 다음에는 일사천리다. 모든 것을 밀어주고 모든 것을 해준다. 이러한 설명은 중국비즈니스는 신뢰가 형성되면 성공하지만 신뢰가 없으면 시작도 안된다는 얘긴데 과연 중국비즈니스만 그럴까. 모든 비즈니스는 신뢰의 관계,신뢰의 계약,신뢰의 이행이라고 본다. 다만 중국비즈니스의 경우 규모가 크고 객관적인 데이터 파악이 어려우며 투명하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이 아직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리스크가 높아져 의사결정 당사자는 그만큼 높은 신뢰,많은 신뢰,깊은 신뢰를 요구하게 되었을 것이다. 비즈니스에서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너무나 많은 만남이 이뤄지고 있다. 하루에 대여섯번의 미팅은 보통이고 속해있는 단체나 클럽도 보통 대여섯개를 훨씬 넘는다. 만남은 짧아지고 횟수는 많아지며 범위는 자꾸 넓어진다. 그 짧고 많고 넓은 만남에서 정작 필요한 길고 굵고 깊은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많고 넓은 만남에서 그동안 소득이 없었다면 '적고 깊은 만남'을 시도해 보아야 한다. 그동안의 만남이 아직도 신뢰로 숙성되어 있지 않다면 한번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