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네살배기 매출이 2억弗

기자는 최고경영자(CEO)15명으로 구성된 카이스트(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컴덱스 참관단과 함께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컴덱스쇼를 둘러봤다. 이번 컴덱스쇼는 예년보다 썰렁했지만 우리 입장에선 뿌듯한 자리였다. 한국의 IT(정보기술) 실력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올 컴덱스에서 한국관은 국가관으로는 가장 컸고 출품된 신제품과 신기술이 만만치 않았다. 현지의 반응 또한 좋았다. 이같은 뿌듯함은 라스베이거스를 떠나 실리콘밸리에 있는 중국계 정보보안업체 S사를 방문하러 갈 때까지도 일행의 마음을 지배했다. 하지만 S사를 방문한 뒤 '뿌듯한 마음'이 '무거운 마음'으로 바뀌었다. "테헤란밸리에도 유망 벤처기업이 많은데 굳이 이름 없는 중국계 S사를 방문할 필요가 있느냐"고 짜증내던 이도 머쓱해하는 표정이었다. S사 건물은 크지 않았다.사장실도 초라했다. 서너평에 책상과 소파가 하나씩 놓여 있을 뿐이었다. 토머스 사장도 이 방 만큼 소박했다.그는 한국통신 데이콤 등 한국 고객사들의 이름을 들먹이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S사는 97년 가을 설립됐고 올 예상매출은 약 2억달러라고 했다. 네살배기 매출이 2천억여원….한국 CEO들은 자리를 고쳐앉았다. S사는 중국인 기술자 3명이 설립한 회사로 방화벽,VPN(가상사설망),트래픽 컨트롤(정보소통량 조절) 시스템을 통합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그런데 이 세 기능을 자체 설계한 '원칩'(one-chip)에 담는다고 했다. 이런 까닭에 기가비트급 제품의 경우 경쟁업체가 약 60개의 칩을 사용하는 반면 S사는 6개만 꽂는다. 또 기가비트급에선 이미 세계시장을 석권했고 전체적으로는 시장점유율 3위라고 했다. 토머스 사장은 "실리콘밸리 대다수 기업이 감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대폭 증원하고 있다"는 말로 브리핑을 마쳤다. S사를 나서면서 방문단은 토머스 사장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고 청했다. 토머스 사장을 중심으로 늘어서는 사이 누군가 "보안업체라면 코스닥에 등록된 A사가 최고인줄 알았는데 중국계 회사가 머리 위에 앉아 있구만"이라고 말했다.그 순간 모두 웃음을 터뜨렸지만 왠지 마음이 씁쓸했다. 실리콘밸리=김광현 IT부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