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점 도달, 관심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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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연중 최고점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반락했다. 뉴욕증시 상승, 국제유가 하락, 빈 라덴 체포 임박, 국민연금 설정, 특소세 인하 등 호재가 풍성하게 쏟아졌다. 장초반 장중 연중최고치를 가볍게 넘어서기도 했지만 급등에 따른 차익, 경계성 매물이 조정 시 매수관점을 유지해온 대기매수세를 압도하면서 방향을 틀었다. 기관은 매도로 일관했고 외국인은 지수선물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부담을 줬다. 장세의 바로미터격인 하이닉스는 채권단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감자설에 휩쓸리며 투자심리를 움츠러들게 했다.
이날 조정은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지난 9월 말 이래 30% 이상 급등하면서 한 차례도 조정다운 조정을 거치지 않았다. 주가가 고속 질주를 이어오면서 체력 보강이 필요한 시점에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단기 심리선인 5일 이동평균선을 지켰고 외국인이 순매수 기조를 잇는 등 최근 급등의 상승 논리인 수급과 심리가 여전히 살아있는 만큼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정도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이 전진하기 위해서는 그러나 조금 더 인내의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주가가 최고점을 돌파하고 급락하면서 경계감이 한층 짙어졌다. 머리가 꼬리를 이끌지 못하고 선물시장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완연한 체력저하를 드러내고 있다. 또 급등 모멘텀의 한 축을 이루던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일단락된 점도 부담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지수관련 대형주 움직임이 눈에 띄게 무거워졌다. 외국인도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휴지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닷새째 늘어난 고객예탁금, 6,000억원 규모의 국민연금, 기관과 개인의 매수 여력 등을 감안하면 가격 조정 골은 깊지 않겠다. SK증권 김대중 연구원은 "그 동안 장세를 장악했던 삼성전자 등 블루칩과 금융주 오름세가 무뎌지고 있고 외국인이 선물 매수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조정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 장세를 이끌고 있는 외국인 매수와 프로그램 매수가 둔화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고점 확인과 분할 매도 타이밍을 잡는데 주력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주가가 조정 장세를 돌파하는 동안 추가 등락폭을 예단하기보다는 실적이나 재료를 수반한 종목위주로 접근할 것을 권한다. 지수선물의 시장 베이시스 추이와 외국인 움직임, 프로그램 매매 동향에 주목하면서 종목탐구과 이익실현, 그에 따른 포트폴리오 재편을 고민할 시점이다. 동원증권 이채원 주식선물운용팀장은 "현재 IT경기와 내년도 회복 기대감을 반영하더라도 주요 기술주는 오를만큼 올라 지수가 추가로 올라갈 여지는 많지 않다"며 "지수는 횡보하면서 종목별 장세가 전개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상승은 올들어 일었던 지난 두 차례의 랠리처럼 외국인 매수가 둔화되면서 종목장세로 마무리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한다. 경기회복과 유동성이라는 동일한 시작처럼 기대감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은 결말도 유사하게 마무리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개별종목 장세 도래를 앞두고 현금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업종대표주로의 매기 확산과 국민연금의 중소형주펀드 설정을 감안, 중가권 업종대표주와 실적우량 중소형주로 범위를 좁히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