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민자사업 활성화하려면 .. 玉東錫 <인천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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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간접자본(SOC) 민자사업은 재정의 경기활성화 효과를 극대화하는 정책수단의 하나다.
예컨대 1천억원을 투입해 건설한 고속도로가 30년간 6백억원의 통행료 수입밖에 올리지 못하고 폐기될 적자사업이라도 정부는 사업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민간기업은 이같이 '손해보는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부가 민자고속도 사업에 5백억원의 재정을 지원한다면,기업은 5백억원을 부담하여 건설한 고속도로에서 6백억원의 수입을 올리게 된다.
따라서 정부가 민자사업을 활용하면 재정자금 1천억원으로 2개의 고속도로를 건설할 수 있다.
이러한 효과 때문에 선진국들은 민자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나라가 민자사업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본 기술 노동 지식 등과 같은 전통적 생산요소가 아니라,체계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이다.
우리 나라 민자사업은 지난 1994년 도입, 명확한 수익성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매년 민자사업계획을 발표해 왔다.
98년부터는 사업자의 창의성과 수익성을 도모하고자 총사업비를 고정하고,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하며 매수청구권 제도를 도입했다.
민자사업은 벤처나 새로운 수익사업에 투자할 민간자금을 공공 인프라 사업으로 전환하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다.
때문에 국내금융자본과 해외자본을 유인하기에 충분한 제도적 역량을 구비하지 않으면 민자사업의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민자사업을 활성화하고,또 앞으로 제기될 수 있는 재정적인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가지 분야에서 '제도적 역량(institutional capability)'을 제고해야 한다.
첫째,경쟁입찰의 평가를 선진화해 특혜시비를 없애야 한다.
다양한 입찰 항목들을 금액으로 환산 평가해 사업자 선정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의 입찰 평가에선 '사업계획이 창의적인가'라는 평가항목과 '사업수행 능력이 충분한가'의 평가항목이 혼재되어 다양한 배점들이 주어진다.
이 배점들은 인위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사업자 선정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건설·운영의 각종 위험분담,사용료 수준,무상사용기간,부대사업 등을 돈으로 환산해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들을 해결하지 않고는 사업자 선정의혹을 불식시킬 수 없으며,또 사업자들의 경쟁을 '로비'에서 '창의성'으로 전환시킬 수 없다.
둘째,정부부문 내에서 민자사업에 대한 행정적 준비를 세심하게 해야 한다.
업자가 정부에 제시하는 '재정지원 요구금액'을 중심으로 사업시행 절차를 재확립하고,민자사업 선정과 예산과정의 조화,사업계획서의 내용과 작성,가상입찰안과 입찰요청서의 준비 등을 선진화해야 한다.
셋째,재정지원에 대한 중장기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민자사업에 대한 재정지원은 확정채무(건설분담금 등)와 우발성채무(위험발생시의 분담금)의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개별 민자사업의 계약서상에서 정부가 지급해야 할 금액을 합리적으로 추정해 이를 연도별 예산과정에 반영할 수 있는 체계적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
특히 민자사업의 '계약상 의무'는 헌법 제58조에 따라 반드시 국회의결을 거치게 돼 있다.
이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예산회계법의 '계속비 제도'를 활용해야 하는데,이렇게 함으로써 재정지원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정부예산상 1년을 단위로 하는 '단년도 계약'에 익숙한 우리 정부로서는 십수년 또는 수십년간 지속되는 민자계약을 수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민자사업이 정부경영에 시장경제의 이념을 구현하는 가장 선진적인 제도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취약점은 공적자금관리, 의약분업 등 재정분야별로 시장경제의 이념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늘 명령과 통제를 통해 임기응변식으로 개입한다는 점이다.
시장경제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적 역량을 높이는 방안의 하나는 바로 민자사업에 있다고 할 것이다.
dsock@inche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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