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2일자) 입찰제 바꾼다고 문제 해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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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가 최저가낙찰제에 대한 보완대책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고질적인 덤핑수주가 재연되고 있다니 주무부처가 대책을 마련하는 건 당연하지만,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한지 채 1년도 안돼 부작용을 걱정한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러나 보완책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내년부터 최저가낙찰제 적용대상을 5백억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당초 계획을 연기하는 결정은 신중히 해야 마땅하다.
과거에도 두차례나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해본 경험이 있고 이같은 부작용은 이미 충분히 예상했던 터라 더욱 그렇다.
그동안 공공건설공사를 비롯한 정부조달의 입찰제도는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변화를 거듭했지만 한번도 만족할 만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지난해까지 시행됐던 적격심사제도 역시 불평불만이 끊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공사실적이 많은 기존업체에만 유리하다든지,적격업체선발(PQ) 심사 자체가 변별력이 약해 주택복권 당첨식 또는 운찰식이라는 비난이 그것이다.
그 결과 올해부터 공사규모 1천억원 이상인 공공공사를 대상으로 최저가낙찰제를 시행하게 된 것인데 벌써 정부태도가 흔들리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일이 이렇게 된데에는 누구보다 건교부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민원해소는 물론 건설업계의 경영투명성 제고를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아래 최저가낙찰제를 밀어붙였던 건교부가 법개정 과정에서 숱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입찰자격 사전심사 기준을 크게 완화하는 바람에 PQ심사를 통과한 적격업체 수만 수십개씩 나오는 과당경쟁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초 예정가의 60%,5월에 73%였던 입찰가격 하한선마저 아무런 대책없이 7월에 폐지해 덤핑입찰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됐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쪽에선 최저가낙찰제가 적용되지 않게끔 공사구간을 일부러 나누는 편법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형편이다.
남은 방법은 기술력 신용도 재무구조 시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적격업체를 선별하는 PQ심사의 변별력을 크게 강화하는 동시에,엄격한 공사감리를 통해 부실시공을 철저히 막아 덤핑업체는 살아남지 못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수주여부가 기업의 사활과 직결된 건설업계의 생리상 다른 어떤 방법도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것이 우리현실이다.
대신 사전정비 작업으로 건교부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해 경쟁질서를 흐리는 유령업체들에 대한 단속과 함께 공사이행 보증제도를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