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한국계 벤처들 '낙제'

한국계 정보기술(IT) 기업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미국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매긴 성적이다. 이 성적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국 IT전문가 모임인 한민족 IT네트워크(KIN) 주관으로 최근 실리콘밸리에 있는 i-Park에서 열린 '투자 컨설팅 컨퍼런스'에서 발표됐다. 이 행사는 인텔캐피털을 비롯한 미국의 10개 벤처캐피털사가 유니시큐리티 넷지오 등 한국인들이 창업한 한·미 양국의 20개 기업을 평가한 뒤 1대1 미팅을 통해 잘잘못을 지적해 주고 전체적인 의견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의 사업계획서에 대해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가 미흡하고 집중 공략대상 고객을 제대로 선정하지 못했다"(러셀 베이커 심빅 최고경영자) "회사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그레그 힐 V2V벤처스 파트너)고 지적했다. 기업이 성공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제품 차별화와 마케팅 전략'에 문제가 있으니 '부실'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같은 평가 결과만을 놓고 보면 이 행사를 주최한 KIN 관계자들은 당황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도 즐거운 표정이 역력했다. 김우경 KIN 의장은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흡족해했다. 김 의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배경은 이번 행사의 성격이다. 행사의 목적이 '교육'이니 만큼 교육효과를 제대로 거뒀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 기업이 벤처캐피털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데에는 어려움이 많다. 또한 준비가 제대로 갖춰진 기업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투자유치에 필요한 사업계획서 작성 요령을 일러준다는 목적에서 이 행사를 열었다. 책에 나오는 '원론'을 강의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만든 사업계획서를 앞에 놓고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조목조목 짚어가며 잘잘못을 지적해주는 방식을 택했다" 이날 행사 덕분에 '부실' 사업계획서를 들고 나와 '낙제'를 한 한국계 벤처 기업들이 '우등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실리콘밸리=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