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교육은 '무정부 상태'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정년이 무슨 고무줄입니까. 줄였다 늘렸다 하게요. 마음대로 해보라고 그러세요. 요즘 교육은 완전히 무정부 상태예요" 교원정년을 1년 늘리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안(62세→63세)이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통과된 뒤 한 독자는 e메일을 보내 작금의 교육현실을 이렇게 질타했다. 그는 "백년대계가 돼야 할 교육정책이 정부의 무능과 이익집단의 힘에 의해 쉽게 변하는 것을 보고 한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실 이 독자의 지적대로 요즘 교육계는 지도력 부재와 집단 이기주의,힘의 논리 앞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교육을 담당하는 정부부처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교육정책은 표류하고 있다. 중도에 변질되고 훼절돼 도입 취지에 맞게 이뤄진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교원정년 재연장을 비롯해 교원성과급의 변질,자립형사립고 반대,교원수급 불균형,중등교사 자격증소지자의 초등교사 전환,7차교육과정 논란,근무시간내 교원노조활동 허용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쉬웠다가 올해 갑자기 어려워진 냉온탕식 수능시험은 끓어오르는 불신감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처럼 국민불신이 위험수위에 다다른 것은 교육부의 무능과 철학 부재에 덧붙여 개혁이란 명분하에 무리하게 일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전교조나 교총 등의 반발에 부닥치자 별 고민의 흔적도 보이지 않은채 간단히 정책을 변질시켰다. 교단에 경쟁력을 불어넣겠다던 성과급제도가 사실상 수당제로 변한게 그 대표적인 예다. 교총과 전교조도 교육불신을 키운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들은 교육부의 정책은 모두 잘못되고 자신들의 주장과 집단행동은 항상 옳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전교조가 교총과 함께 교원정년 연장에 대해 찬성하는 모습은 자기이익에 충실한 집단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전교조가 교육부같다'는 시중의 말은 우리의 교육현실을 대변해줌과 동시에 전교조의 교만함과 교육부의 무능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고기완 사회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