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더와의 대화] 김영수 튜브투자자문 대표

김영수 튜브투자자문 대표(38). 그는 지난 97년의 외환위기 와중에서 대표적인 펀드매니저로 우뚝선 사람이다. 그가 동양오리온투신(당시 중앙투신)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지난 96년 8월. 가장 먼저 한 일은 주식을 팔아 치우는 일이었다. 당시 1천2백억원이던 주식보유규모를 97년9월 3백억원으로 줄이자마자 외환위기가 터졌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부터는 주식보유규모를 늘려 대박을 터뜨렸다. 그 결과 지난 98년 한국경제신문 자매지인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한 '올해의 펀드매니저'로 화려하게 등극했다. 애널리스트시절인 지난 94년엔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매수추천해 '김통신'이란 별명을 얻은 그는 "지금은 한국증시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초기 단계라 주가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주가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바닥을 벗어나 상승세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조정은 거치겠지만 580선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 후로는 완만하나마 상승 기조를 타 내년 초에는 700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경기가 내년에도 그리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 너무 낙관적인 생각이 아닌가. "앞으로 한국 증시를 경기 사이클로만 파악할 경우 장기적 투자전략에서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최근 한국 증시에서는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요인은 두 가지다. 우선 수급 개선이다. 국제 유동성의 증가로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다. 일부 대형주의 경우 유통물량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두번째는 한국 증시에 대한 재평가(re-rating)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주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물론 아시아 국가들보다 현저히 저평가돼 있다. 이를 의식한 외국인들이 국민은행 삼성전자 포항제철 등을 사들이면서 한국 주식에 대한 재평가작업이 시작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최근 주가 급등을 부담스러워 하는데. "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투자자들도 한국 증시를 재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저금리·저성장 경제 정착에 따라 유동성이 증가하고 있는데다 연기금과 같은 장기·대형 투자자들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연기금이 시가총액의 20% 가량만 보유한다면 종합주가지수 1,000 돌파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과거 '김통신'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종목 중심의 접근(Bottom-up)으로 유명한데 시장 접근방법이 달라졌나. "아니다. 개별 기업의 내재가치를 중시하는 투자철학에는 변함이 없다. 시장 흐름을 맞힐 확률은 50% 이하지만 우량 종목을 골라낼 확률은 50%를 훨씬 넘는다. 다만 시장환경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그렇다면 일반투자자 입장에선 어떤 투자전략이 바람직한가. "장기적(최소 6개월)인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인과 연기금에 의한 장기 투자가 활성화될수록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락하는 현상은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탄탄한 종목을 골라 장기 투자하는 것이 좋다" -구체적으로 유망 종목을 꼽는다면. "그동안 기업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올랐거나 시장 참가자의 편견 때문에 소외된 우량 종목이 아직도 수두룩하다. 신세계 KEC 대우조선 LG전자 등이 대표적이다. 신세계를 내수 안정주로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한국경제가 지금까지는 수출 중심이었으나 5년 후에는 내수 비중이 3분의 2로 커질 전망이다. 이런 경제구조의 변화를 고려하면 신세계의 향후 3년 동안 연평균 EPS(주당순이익) 증가율은 50%를 넘을 것으로 본다. 안정주가 아닌 성장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KEC나 대우조선도 시장의 편견 때문에 못오른 주식이다" -유망 업종을 꼽는다면. "은행주다. 은행주의 ROE(자기자본이익률)는 20%를 넘는다. 다른 어떤 업종보다 높다. 그런데도 아직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 증시에 대한 재평가작업이 이뤄진다면 그 1차 대상은 은행주가 될 것이다" 글=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