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는 불황을 모른다] (8) 롯데리아 '토종버거'..퓨전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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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에서 김치까지'
롯데리아는 맥도날드 KFC 버거킹 등 세계적인 강자들의 추격을 뿌리치면서 20년이상 국내 패스트푸드 시장을 독주하고 있는 토종기업이다.
1조2천억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시장에서 롯데리아의 점유율은 40% 이상.
그 비결은 정통 햄버거에 '한국적 맛'을 가미한 퓨전 마케팅에 있다.
불고기(1992년 출시) 불갈비(1998년) 라이스(1999년) 김치(2001년)로 이어지는 롯데리아의 제품 '계보'는 햄버거라는 글로벌상품을 '토착화'시킨 '글로컬리제이션'의 진수다.
맥도날드 버거킹같은 다국적 패스트푸드 업체도 롯데의 독특한 경쟁력에는 쩔쩔매고 있다.
햄버거 맛은 세계적으로 '표준화'돼 있다.
전 세계에 수만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경우 중국에서 파는 햄버거와 미국에서 파는 햄버거 맛이 크게 다를 수 없다.
지역 본부에서 임의로 맛을 바꿀 수도 없다.
이들은 '세계표준 맛'을 장기로 삼고 있는데 롯데는 경쟁자의 강점을 역이용하는 '업어치기' 전략을 채택, 압승을 거두고 있다.
한국적 메뉴로 승부 =롯데리아는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맥도날드 등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시장에 속속 진입하자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엄청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 기업들에 맞서기 위해선 뭔가 차별화 전략이 필요했다.
첫번째 '작품'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불고기 버거'였다.
통상 햄버거에 들어가는 쇠고기가 잡육으로 이뤄진 '다진 고기(patty)'라는 점에 착안, 우리 입맛에 맞는 불고기용 재료를 사용해 햄버거를 만든 것.
이 제품은 요즘도 월평균 6백90만개씩 팔려 나가며 롯데리아의 '캐시 카우'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난 8월 출시된 김치버거 역시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월평균 판매실적은 1백25만개로 신세대들의 호응이 낮은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치를 웃도는 히트상품이다.
그러나 김치버거의 개발은 쉽지 않았다.
개발기간만 3년이 걸렸다.
과연 팔리겠느냐는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김치 특유의 냄새와 물기를 없애는 것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았다.
시간과 발효의 함수관계로 인해 김치의 품질이 균일하지 않다는 것과 미관상 좋지 않은 고춧가루 처리문제도 골치였다.
롯데 중앙연구소는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년 이상 매달려야 했다.
시제품이 나오자 수도권내 10개 점포에서 시음행사를 열어보았다.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빵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바쁜 직장인들은 라이스버거와 김치를 결합한 제품을 선호했다.
김치버거가 예상외로 호조를 보이자 맥도날드도 최근 유사한 제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유통망 석권전략 주효 =롯데리아는 전국에 7백20개 점포를 갖고 있다.
우선 규모면에서 3백개 미만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경쟁업체들을 압도한다.
하지만 롯데리아가 갖고 있는 경쟁력은 수적 우위보다는 '유통 왕국' 롯데그룹 전체의 강력한 힘에서 뒷받침된다.
롯데햄 롯데칠성 롯데제과 등 계열사들로부터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데다 규모의 경제와 구매력 파워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원가경쟁력이 상당히 높다.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경영학)는 "롯데리아는 1등기업이 갖고 있는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는 기업"이라며 "원료 수급에서 배송.광고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서비스 품질을 나름대로 '규격화'한 것도 롯데리아의 강점이다.
롯데리아는 일관된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해 고객클레임 제도 모니터링 제도 엔젤 제도 등을 활용하고 있다.
고객들의 불만은 홈페이지(www.lotteria.com)나 '080 고객의 전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접수되며 현장에서 즉시 처리된다.
모니터렁 제도는 모니터 요원들이 고객을 가장해 수시로 주요 매장을 방문하는 제도로 일종의 내부통제 장치다.
'엔젤'은 서비스 전담요원을 일컫는 용어로 각 매장별로 3~4명씩 배치돼 각종 고객 불편사항을 돌봐주는 역할을 한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