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마감] 9개월중최저, "다음 타겟은 1,26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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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가 외환시장에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며 환율이 9개월여 중 최저치를 가리켰다. 하향 추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으며 시장 심리는 걷잡을 수 없이 달러매도쪽으로 기울어 있다.
지난주 월요일부터 이어진 환율 하락세는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순매수, 증시 활황 등의 요인을 업고 지지선을 무색하게끔 했다. 달러에 대한 매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외환 당국의 2차례에 걸친 구두개입과 국책은행 매수세도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절대적인 공급우위라는 수급불균형 상황이 초래되고 있는 가운데 조정의 가능성과 추가 하락을 놓고 고민에 휩싸이게 됐다. 정부는 채권시장의 금리 급등에 따른 혼란스런 여건과 맞물려 딜레마에 쌓여 있다. 다음 타겟은 1,260원으로 성큼 이동해 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9.70원 내린 1,262.10원에 마감했다. 지난 2월 28일 1,250.80원에 마감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지난주 월요일이후 닷새째 하락했다.
◆ 지지선 무의미, 추가 하락 가능 = 개장초부터 1,270원이 쉽게 허물어진데 이어 당국이 방어진을 쳤던 1,265원도 달러 공급앞에 무릎을 꿇었다. 지지선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다. 당국이 지나치게 환율 흐름을 막아놓은 데 대한 부작용이라는 견해도 강하다. 조정보다 추가로 1,250원대 진입이 가능해 보인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를 사자는 쪽은 개입외에 없으며 업체, 역외 할 것 없이 매물을 적극적으로 내놓았다"며 "지표상 과매도 상태라고는 하나 업체 외화예금이나 역외 포지션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과매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9월 테러사태 이후 쌓인 물량이 너무 많으며 그동안 인위적으로 막아왔던 것이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며 "내일은 일단 1,255∼1,265원 정도를 거래범위로 잡고 있으나 지지선이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당초 하락세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역외나 업체에서 쏟아지는 물량으로 보아 아직 정돈되지 않은 것 같다"며 "지금 분위기는 너무 빨리 내려온 탓에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그는 또 "업체에게 (달러매도에 관한)문의 전화도 많이 오고 있으며 당국 개입이 약발을 먹으려면 일단 악성매물이 정리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일단 내일은 1,258∼1,265원 수준에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 달러매도 여건 절대 우세 = 환율이 개장초부터 손쉽게 1,270원을 뚫고 내려서자 시장 참가자들도 보유하고 있던 달러를 시장에 적극 내놓았다.
역외세력은 달러되팔기(롱스탑)를 지속했으며 업체도 보유물량과 네고물량을 적극적으로 내놓았다. 증시 움직임에 기댄 매도세까지 가세, 수급은 절대적인 공급우위였다. 은행권도 연말 충당금 수요에 대비해 낮은 환율로 달러를 사기위해 아래쪽으로 밀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내린 1,267.6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개장 직후 1,268.20원으로 반등했으나 물량 공급이 다시 늘면서 꾸준히 레벨을 낮췄다. 국책은행 매수세와 업체들 결제수요가 나오면서 환율은 1,265∼1,268원을 오갔으나 3시 29분경 1,265원을 깨고 내려선 뒤 물량 공급이 계속 이뤄지면서 4시 29분경 1,262.10원까지 저점 경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272원, 저점은 1,262.10원으로 지난 3월 7일 기록한 장중 저점인 1,262원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가리켰다. 변동폭은 9.90원.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1억1,83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7억7,94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1억3,630달러, 8,580달러가 거래됐다. 27일 기준환율은 1,266.3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