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민영 교도소

전통사회에선 옥에 갇힌 죄인의 수가 왕도정치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기준이 됐다. 감옥이 텅 비면 태평성대였다. 조선왕조 성종때인 1473년 11월 죄수를 조사한 결과 의금부에 4명,전옥서에 11명 등 모두 15명 뿐이었다는 '실록'의 기록은 당시가 그만큼 안정된 시기였음을 알려주는 증거로 남아 있다. '위서(魏書)' 형벌지에선 '영어즉복당(囹圄卽福堂)'이라고 했다. 감옥은 죄인을 넣어 두면 반성하여 선한 사람이 된다고 해서 '복된 집'이라고 부른다는 말이다. 요즘 교도소도 범죄자를 격리시키는 곳 만이 아니라 그들을 교정하고 교화해서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이 이상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현 교도소의 수용상태로는 교정 교화프로그램이나 기본적 처우를 기대하기조차 어렵다. 출옥뒤 재범률이 57%나 된다는 조사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43개 교도소의 적정수용인원은 5만8천여명인데,수용된 재소자는 6만2천여명으로 약 4천명이 초과된 상태다. 평당 수용인원이 2명이 조금 넘는다니 죄수들이 감방마다 빼곡히 들어차 있는 꼴이다. 이런 재소자 초과 현상은 10여년 전부터 계속돼 오고 있다. 2003년 말에는 한국에도 민영 교도소가 생길 모양이다. 이미 종교단체 복지법인 사설경비업체 등 9곳이 신청했다고 한다(한경 27일자 39면). 현재 미국에서는 15개 회사가 1백61개의 교정시설에서 12만여명,영국은 3개 회사 12개 시설에서 7천여명,호주 역시 3개 회사 12개 시설에서 5천여명을 수용하고 있다고 한다. 민영 시설이 각국 전체 수용자의 13.5%,10%,3.5%를 관리하고 있다. 비용절감,정부재정 부담 감축,프로그램의 탄력적 운영 등을 통해 교정의 혁신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찬성할 일이지만 외국의 경우 초기엔 흑자를 낼 수 있었으나 최근엔 만성적자와 교도관의 가혹행위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고 보면 서두를 일만은 아니다. 민영 교도소는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운영할 일은 아닌 것 같다. 한국의 복당(福堂)은 종교단체의 몫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광직 논설위원 kj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