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내달14일 개봉] 초능력 환타지세계로의 여행

작고 마른체구에 갸름한 얼굴,흐트러진 까만 머리와 초록색 눈,이마에 새겨진 번개모양의 흉터,늘 헐렁한 헌옷에 동그란 안경을 걸치고 다니는 11살짜리 소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해리포터"시리즈의 주인공 해리포터가 12월14일 국내 극장에서 팬들을 만난다. 조앤 K 롤링이 쓴 시리즈의 제1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소설에 담긴 그리스.로마신화와 유럽민담,영국의 학교이야기 등이 접목된 환상적 세계가 이 영화에서 충실하게 구현돼 있다. 영화는 으스스한 밤,백발노인이 강보에 싸인 갓난아이(해리포터)를 어떤집 앞에 놓고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로부터 10년후,해리포터는 이모 집에서 구박받으며 살고 있지만 눈빛으로 사물을 움직일 수 있는 초능력을 지녔다. 마침내 수백마리의 부엉이들이 전한 호그와트 마법학교 초대장을 받고 입학한다. 그는 독약 만들기,공중부양,색깔 바꾸기,빗자루 타고 하늘날기 등의 교과목을 통해 마법사의 길을 걷는다. 그는 마법사였던 부모를 죽인 볼드모트의 정체와 음모를 알게 되고 그와 맞대결하는 과정에서 지식보다는 용기와 우정 등이 더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일깨워준다. 주요 에피소드들은 "해리포터의 영웅만들기"에 집중돼 있다. 남다른 마술능력,위기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친구에 대한 사려깊은 배려 등 리더십이 부각된다. 하늘을 나는 빗자루를 타고 벌이는 퀴디치 경기에선 그가 미래 최고의 마법사임을 암시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세트 디자인과 특수효과 담당자들이야말로 진정한 "마법사"들이다. 호그와트 마법학교 세트는 아름답고도 신비로움이 가득하다. 인공불빛 대신 횃불과 양초를 조명으로 사용해 어둡고 신비한 분위기를 살렸다. 신화와 민담에서 따온 각종 동물과 괴물들도 특수효과와 컴퓨터그래픽으로 생명을 얻었다. 유럽의 전설 괴수 토롤,반인반마(半人半馬)의 켄타우로스,외뿔달린 유니콘,네개의 발과 커다란 날개를 지닌 용 등이 실감나게 묘사된다. "마법사의 돌"을 지키는 머리 3개의 개 "플러피"도 신화속에 등장하는 동물이다. 그리스신화에서 지옥문을 지키는 삼두견(三頭犬) 케루베루스가 올페의 하프소리를 들으며 잠자는 모습이 이 영화에서 변용돼 등장하고 있다. 캐스팅은 적절하다. 4만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타이틀롤을 차지한 대니엘 래드클리프는 원작속 해리 포터를 빼닮은 용모에다 용기있으면서도 신중함을 잃지 않는 배역을 잘 소화해냈다. 해리포터의 단짝인 론 위즐리역의 루퍼트 그린트는 익살스런 표정이 재미 있고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는 영리하고 깜찍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덤블도어교수역에는 "글래디에이터"에서 아우렐리우스황제역을 한 원로배우 리차드 해리스가 맡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캐릭터들이 정형화돼 있고 권선징악의 상투적 결말로 긴장감이 반감된다는 한계가 있다. 퀴디치경기는 컴퓨터그래픽의 정점이어야 했지만 TV모니터로 즐길 수 있는 "콘솔게임" 수준에 그쳤다. 러닝타임은 2시간 32분.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