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인 탐구] 구자홍 <동양생명 사장> .. 3년연속 흑자경영

동양생명의 3년연속 흑자경영이 요즘 생보업계에 화제를 뿌리고 있다. 이 회사는 출범 10년을 갓 넘긴 후발 생보사이다. 외환위기 이후 기존생보사중 제일생명은 독일의 알리안츠로 넘어가고 동아생명은 금호생명에 흡수합병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발군의 성적이다. 이같은 흑자경영의 주인공은 지난 98년말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로 부임한 구자홍 사장이다. 차별화된 영업전략이 흑자경영의 밑거름이 됐다고 밝히는 구 사장은 앞으로도 동양생명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히 부각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한다. 구자홍 사장은 민간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최고경영자까지 오른 데는 공무원으로 일할 때 쌓은 경험과 자질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구 사장이 지난 98년말 동양생명 사장으로 취임, 3년 연속 흑자경영을 일궈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내 생명보험사중 3년연속 흑자를 낸 곳은 삼성생명등 몇 개사에 불과하다. 그만큼 생보사의 경영환경은 열악했다. 작년에는 탄탄한 이익기반을 바탕으로 미국 윌버러스펀드로부터 5백억원의 자본을 유치하기도 했다. 구 사장은 금년중 추가로 외자를 들여오기 위해 요즘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에게 경제관료와 민간기업 사장간 어떤 차이가 있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여러 상황변수를 놓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굳이 차이를 말하자면 의사결정 목표가 다를 뿐이란다. 공무원은 맡은 정책의 목표가 공공복리에 있다면 기업인은 이윤을 추구하는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공무원 업무가 다소 뜬 구름 잡는 일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정책을 마련하는게 웬만큼 복잡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빠져 나갈 구멍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결정할 때도 없지 않았다. 이에 반해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가 하는 일은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수익을 내는 전략을 세우고 이를 밀어붙이면 된다고 구 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경쟁을 할 때 도망갈 길을 생각하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 관료세계와 민간기업의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구 사장은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 산업3과장 시절에 기업이 왜 망하고 어떻게 해야 살 수 있는지를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 당시 그는 산업합리화 업무를 맡았었다. 지금 쓰는 용어로는 구조조정업무를 했던 셈이다. "당시 대우조선은 하루에 3억원의 이자를, 삼성조선은 하루에 1억원의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조선 해운 건설분야에서 현금흐름이 악화돼 도산 위기에 몰린 기업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는 국고에서 유동성을 지원하고 여신관리 규정제한도 풀어 기업살리기에 나섰다. 대신 기업들에 뼈를 깎는 자구방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그가 쓰는 보고서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결정되기도 했다. 구 사장이 산업합리화를 추진하면서 절감했던 원칙 한가지. 수술은 근본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 "곪은 데는 완전히 도려내야 새 살이 돋아난답니다" 그는 적당히 고름을 짜내는 식으론 기업 체질을 바꿀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실기업 회생방안에 대해 깨달은 이치는 그가 기업경영인으로 자리를 굳히는데 거름 역할을 했다. 지난 88년 누적적자가 2천억원이 넘었던 한국자동차보험(현 동부화재) 기획담당 상무로 일하면서 조기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 그 때 그는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으로부터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경영인의 또 다른 덕목을 배웠다고 한다. 95년 동양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신설카드사인 동양카드를 맡아 흑자경영기반을 구축했다. 그런 그가 동양생명 사장을 맡게 된 것은 외환위기가 터진 지난 98년말. 그 당시 보험사들은 저마다 높은 확정이자를 내걸고 뭉칫돈을 끌어들이는 경쟁을 벌었다. 감원으로 직원 사기가 땅에 떨어졌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도 계속됐다. 그 때 구 사장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회사를 이끌어가기로 다짐했다. 급할수록 '손익위주의 경영'이라는 기본에 충실히 따르기로 마음먹었다. 정도 경영을 통해 회사를 우량 보험사로 바꿀테니 사장을 믿고 따르라고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전문경영인이 대주주에게 잘 보이려면 저축성이나 일시납으로 자금을 유치해 외형을 불렸겠지요" 구 사장은 그러나 외형보단 내실을 택하기로 했다. 보장성 중심으로 상품판매 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이같은 전략을 통해 동양생명의 보장성 상품 판매비중은 올 11월 현재 77%까지 올라갔다. 설계사 대량 모집, 대량 탈락의 낡은 관행을 바로 잡는데도 주력했다. 사람이 자주 바뀌면 혼이 담긴 상품을 팔 수 없다고 구 사장은 판단했다. 보험영업의 핵심인 설계사들과도 자주 만났다. ??구 사장은 설계사들이 자부심을 갖고 상품을 팔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긴 안목으로 의사결정을 하면 의외로 짧은 시일내 결실을 볼 수 있습니다" 구 사장은 금리 하락에 따른 역마진으로 국내 생보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3년 연속 흑자를 낸 게 이를 반증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 ----------------------------------------------------------------- [ 약력 ] 49년 전북 진안생 72년 서울대 상대 졸업 73년 경제과학심의회의 사무관 74년 서울대 행정학 석사 81년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통경제학 석사 85년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 산업3과장 87년 동부그룹 종합조정실 이사 88년 한국자동차보험(현 동부화재) 상무 95년 동양그룹 종합조정실 금융보험담당 전무 97년 동양카드 대표이사 98년 동양생명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