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마감] 이틀만에 1,260원대 복귀, "당국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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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이틀만에 1,260원대로 복귀하며 사흘만에 하락했다.
장중 내내 상승세에 기록하던 환율이 장 후반 물량 공급에 못이겨 급격한 하락궤도를 그려 혼조세를 보였다. 증시 동향에 주목하면서 수급상황을 계산하던 시장 참가자들은 환율 상승 기대감이 물량 부담에 짓눌리면서 역내외에서 달러되팔기(롱스탑)에 나섰다.
하이닉스 관련 충당금 수요에 기댄 달러매수세는 '3일 천하'로 막을 내렸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으며 최근 급격한 하락과 반등을 경험한 탓에 시장은 어수선하다. 외국인 직접투자(FDI)자금 공급설까지 맞물려 물량 부담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증시 움직임과 수급 상황에 대한 판단이 우선시 돼야 할 것 같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3.10원 내린 1,269원에 마감했다. 장중 움직임은 막판 들어 롤러코스터를 탄 마냥 심하게 흔들렸으며 최근 이틀동안의 흐름이 앞선 급락에 따른 조정이었음을 보여줬다.
◆ 하락 추세 여전 = 지난 이틀간의 상승세는 물량 공세에 밀렸다. 다음달 6일 하이닉스 출자전환을 앞둔 충당금 적립 수요는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규모의 외자유치 공급설 등 물량 공급에 대한 부담이 이를 억누를 것으로 보인다. 다시 1,260원대에 진입한 상황에서 당국의 눈치를 봐야겠지만 하락 추세는 살아 있다는 견해가 강하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충당금수요에 기댄 상승세가 막히자 물량 부담에 의한 손절매가 적극 이뤄졌다"며 "위로 오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식동향과 네고물량, 달러/엔 동향 등을 보면서 미국 지수 발표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내일은 1,265∼1,275원 범위에서 일단 동향 파악에 나설 것 같다"고 예상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환율이 1,275원 위로 가니까 업체들 보유물량부터 역외까지 적극적으로 나왔다"며 "1,280원까지 보다가 달러/엔, 주가, 월말 네고 등 다양한 요인이 들러붙어 비드(달러사자) 공백상태가 생기면서 1,270원이 너무 쉽게 뚫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270원 밑이기 때문에 당국과의 눈치싸움을 벌여야 할 것 같다"며 "외국인 주식순매도 역시 일시적인 차익실현인 것 같고 증시의 상승흐름임을 감안하면 수급장세가 펼쳐지면서 매도에 중점을 두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3일천하 그친 충당금 수요 = 전날에 이어 하이닉스 반도체 관련 충당금 수요와 공기업의 헤지매수세가 등장했으나 장중 상승 유지에는 한계가 있었다. 일부에서는 충당금을 쌓기 위한 수요 단가가 1,300원대가 아닌 1,270원대라는 얘기도 돌았다. 월말을 맞아 업체의 네고물량이 꾸준히 나와 물량 부담을 가중시켰다. 역외세력도 분위기가 약세로 돌아서자 보유물량을 덜어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지난 7월 9일 이후 넉달여중 최대인 1,259억원을 순매도했고 코스닥에서도 70억원 매도우위를 보였다. 주식역송금 수요로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달러/엔 환율은 123엔 하향돌파를 계속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은 채 오후 5시 6분 현재 123.13엔이다. 전날 뉴욕에서 123.11엔으로 마감한 달러/엔은 장 초반부터 123엔대 초반을 거닐다가 한때 123엔 밑으로 내려서기도 했다. 일본은행(BOJ)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현 금융정책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2.90원 오른 1,275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직후 1,274.50원으로 오름폭을 줄였다가 이내 반등하면서 9시 34분경 1,276.20원까지 올랐다. 밤새 역외선물환(NDF) 환율은 달러/엔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음에도 반대로 크게 올라 1,276/1,278원에 마감한 것을 반영했다.
이후 환율은 추가 상승은 일단 막히고 차츰 레벨을 낮춰 11시 34분경 1,273.50원까지 저점을 내렸으며 대체로 1,274원선을 주무대로 한 끝에 1,274.8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오른 1,274.9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차츰 레벨을 높여 2시 경 1,275.70원까지 올랐다. 한동안 1,275원선을 거닐던 환율은 증시가 상승전환하면서 크게 오르자 2시 45분경 1,273.60원으로 내려선 뒤 1,274원선에서 배회했다.
그러나 차츰 역내외에서 손절매도성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하락흐름에 발동을 건 환율은 3시 50분경 1,272원을 기록,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4시 17분경 1,267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장중 고점은 1,276.20원, 저점은 1,267원으로 변동폭은 9.20원.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0억8,26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9억6,66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1억5,590달러, 1억6,050달러가 거래됐다. 30일 기준환율은 1,274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