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기업] (기고) 구조조정 '성공의 조건' .. 이성규

이성규 워크아웃 기업은 높은 부채비율이 특징이다. 대부분 경기를 낙관한 무리한 시설투자나 수익성이 검증 안된 비관련 계열사로의 확장, 주력사업의 점진적 사양화에 대한 무대책 등 누적된 경영실패의 결과다. 그 이면에는 언제나 대주주 또는 경영진의 지나친 확장욕과 판단착오가 자리한다. 부족자금을 금융기관에서 과다하게 빌려 메우다보니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이라는 악순환이 연속되고 만다. 영업적자 발생->자금부족->추가차입이라는 연쇄고리를 지속하다 보면 회계처리와 경영의사결정의 투명성은 극히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쯤되면 채권단 도움 없이는 자력갱생이 곤란한 지경에 처한다. 하지만 채권단은 한꺼번에 손실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빚을 조금만 깎아주려는 경향을 보일수 밖에 없다. 지분의 유지나 자리보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대주주와 경영진은 금융회사의 이러한 경향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러다보니 한꺼번에 정리해야할 채무를 여러 차례 나누어 털어내게 되고 시장의 불신도 커진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부실기업은 뼈를 깎는 자산계정의 조정보다는 손쉬운 부채.자본계정의 채무조정을 통해 처리했다는 비판이 높은 실정이다. 이런 요인을 극복하고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첫째는 주채권은행이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똑같은 부실기업이라도 어떠한 주채권은행을 맞느냐에 따라 명운이 크게 달라진다. 리더십은 독단과는 다르다. 분석의 객관성, 절차의 공정성, 그리고 확고한 신념이 필요하다. 주채권은행에 대한 채권단과 기업의 불신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둘째로는 대주주와 경영진이 집착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 회사의 생존이 옛 대주주의 이해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럴 때 대주주가 고집을 피우면 조기정상화를 가능하게 하는 매각전략이나 자본조정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셋째는 부실기업 임직원의 자세다. 회사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체계적 노력이 필요하다. 내부의 문제를 채권단에게 숨기지 말아야 한다. 소액주주와 채권자, 노조, 거래처와의 협조도 임직원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몫이다. 넷째로 사업을 가장 잘 이끌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를 확보해야 한다. 또 반드시 투명한 경로를 거쳐 선임해야 한다. CEO는 시장이 믿을만한 구체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밖에도 기업갱생에는 주변환경도 중요하다. 요즘에는 채권단 합의가 더 어려워졌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채권금융회사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지만 지금은 서로 자기주장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결책이라고 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지나친 경직성으로, CRV법은 채권을 내놓기를 꺼려하는 금융기관들의 성향으로 인해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따라서 금융기관들이 부실채권과 내부인력을 시장에 쏟아내 부실채권 시장을 더욱 체계화하고 구조조정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