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기업] '일동제약' .. 4년이내 무차입경영 목표

일동제약은 지난 9월24일 워크아웃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지난 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3년간 모든 임직원이 자신을 내던져 인고한 대가였다. 이날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이 일동제약의 워크아웃 종료를 발표하자 임직원들은 얼싸안고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기쁨을 만끽했다. 더욱이 일동은 신규자금지원이나 채무변제 등 공적자금의 지원 없이 일궈낸 워크아웃 졸업이기에 더욱 값졌다. 일동제약이 부도를 낸 것은 지난 98년 9월4일.하지만 사태의 발단은 계열사였던 맥슨전자(현 맥슨텔레콤)에 있었다. 맥슨전자는 지난 97년말 IMF 관리체제 이후 자금시장이 극도로 경색되자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일동은 맥슨에 대해 채무지급보증을 선 이상 맥슨이 망하면 일동도 공멸할 것이고 따라서 지원할 수밖에 없다는 당시 경영진의 방침에 따라 밑빠진 독 물붓는 식으로 돈을 댔다. 그러나 당시 워크아웃중인 맥슨전자의 채권자인 제일시티리스가 맥슨전자에 지급보증을 해준 일동제약에 64억원어치의 약속어음을 돌리자 일동제약은 1차부도를 맞았다. 이어 닷새후인 9일 일동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가기로 했다. 회사의 앞날은 어두웠고 시련은 시작됐다. 그러나 모든 임직원은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지난 98년 12월과 99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90억원의 무보증 전환사채를 회사의 임직원들과 거래선이 전액 인수했다. 전 임직원이 4백50%의 상여금을 반납했다. 이에 힘입어 현금 흐름이 크게 개선됐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인력감축은 불가피했다. 지난 98년 3월말 8백4명이던 임직원수는 99년 3월말 6백31명으로 줄었다. 경영진 5명을 포함해 1백73명이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가야 했다. 또 대주주였던 당시 윤원영 회장은 회사의 빠른 회생을 위해 개인 소유주식 18만주를 일동제약에 무상 증여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한 임직원들의 이같은 노력과 회사의 경영능력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외환위기 상황이 호전되는 한편 의약분업을 앞두고 영업실적이 개선되자 일동은 지난 99년 7월 한강구조조정기금으로부터 1백5억원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이 돈은 눈물나는 노력끝에 지난 7월 모두 상환됐다. 한편 맥슨전자는 작년 7월 세원텔레콤에 매각됐다. 또 맥슨전자 주채권은행인 제일은행은 맥슨전자에 대한 모든 채권을 출자전환함으로써 일동제약과 맥슨전자의 계열사 관계는 단절됐다. 일동은 이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클린 컴퍼니"구현에 매진하고 있다. 투명성과 건전성이 전제된 "무차입 경영"으로 재무위기 없는 회사를 만든다는 것이다. 2005년 3월까지 4년 동안 순차적으로 금융기관의 모든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이다. 일동제약의 앞날은 밝다. 전문치료제와 유명 일반의약품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데다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인 일동후디스는 매년 매출이 50% 이상 성장,금년에 7백억원의 매출과 60억원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워크아웃을 통해 다져진 도전정신과 노사화합의 분위기는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일동의 값진 자산이 될 것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