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수학능력 '시험'과 '실험' .. 韓駿相 <연세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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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도 수능은 '보통학생들로서는 기어오르기 힘든 암벽수능'이라고 아우성들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정부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중학교 의무교육을 실시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바람직하고도 좋은 일이다.
의무교육이 본격 실시되면 비행학생에 대한 퇴학조치와 휴학·유급이 불가능해져 학생들의 학력관리가 느슨해질 수도 있다.
이런 교육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해 교육부는 유급제와 등교정지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계획이 그렇기는 해도 의무교육이 해를 지날수록 학력저하 문제 역시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다.
서구의 의무교육은 기본적으로 아테네식으로 자유분방하고 민주적이다.
어릴적부터 민주시민으로서 배워야 할 것을 몸에 체질화하는 교육을 받지만,그들의 대학교육만큼은 마치 스파르타식으로 치열하다.
전세계를 향한 경쟁력 교육을 시킨다.
저들에 비해 우리의 중등 의무교육과 대학교육은 정반대로 나가고 있다.
고교학력을 제대로 관리해 줄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수능이 될 수도 있지만,우리는 수능품질의 높고 낮음에 대해서보다는 수능여론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역시 교육후진국스러운 풍경들이다.
이런 논쟁이 얼마나 국력소비인지 외국인들이 따끔하게 지적해주고 있어 부끄럽기까지 하다.
일본 가고시마대 로버트 화우서 교수는 이번 한국 고교생들이 치른 암벽수능은 국가를 위해서는 잘된 것이라고 예찬했다.
높아진 수능의 난이도를 보고 일부 식자들이 '교육계의 테러'라고 말한 것은 부당하기 그지 없는데,정말로 한국의 교육에 '테러'가 일어난다면,그것은 여론 속에 숨어 자신의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에 의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그의 논조에 동의하지만,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한국에서 개인 과외는 존속돼야 한다는 그의 마지막 조언에는 실망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학생들의 학력은 학교가 책임질 일이지,과외가 책임질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정이 어떠하든 수능이 학교교육의 질 관리를 위한 준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수능은 말 그대로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여부를 조금 객관화시켜 알아보려는 시험도구로서 학생들의 대학수학능력을 알려 줄 수 있으면 된다.
문제가 쉬웠느냐,어려웠느냐로 수능의 본질을 논하기보다 문제의 질이 어느 정도 수준이었는지로 수능의 문제를 따져야 한다.
문제가 아무리 쉽게 나왔어도 고등학생의 학력수준을 제대로 잴 수 있었다면 수능은 제기능을 제대로 한 것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수능은 우리 중등교육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전국의 학생들이 1년에 단 한차례 보는 시험이기에 일선 교사들은 이 수능시험으로 수업방식이나 교과내용,심지어 인성지도의 방향까지도 시사받는다.
사실 이번 암벽수능에서 교육적으로 눈여겨 볼 것이 여러 가지다.
그것은 학교 모의시험에서는 성적이 잘 안나오는 학생이 이번에는 언어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이다.
평소 독서를 많이 했던 것이 주효했다.
실제로 학생들이 최소한 1백권 이상의 책을 읽어야 졸업시키는 전북의 어느 고교는 3학년 인문계학생을 1백% 가까이 진학시킨다.
이런 것을 본받아 모방하는 것은 아니겠지만,일본정부는 앞으로 고교생들이 교양서적 30권을 읽고 졸업논문을 써야 학교를 졸업할 수 있도록 할 전망이다.
앞으로 의무교육의 질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수능문제의 품질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국민보통교육의 실력을 재는 척도가 바로 수능이라면,더욱 더 수능문제 출제의 노하우는 점검돼야 한다.
97년에는 평균이 68점이던 것이 99년 75점,2000년 84점,다시 2001년에는 70점대에 미치지 못했다면 수능출제의 노하우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수능은 '수능시험'이어야지,'수능실험'이 되어서는 누구에게도 곤란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수능이 대학수학능력측정도구로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면,본고사 부활이 고개를 들 것이기 때문에 더욱 더 완벽한 수능을 기대해 본다.
joh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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