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는 하이닉스.마이크론] 뒷얘기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제휴는 미국 정부의 압력이 강화된 이후 모색되기 시작했다는게 정설이다. 마이크론은 8월말 이후 하이닉스를 덤핑혐의로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고 미국의회도 이에 동조했다. 여기에다 8월30일 한국에 새로 부임한 토마스 허바드 미국 대사가 취임기자회견에서 "한국정부가 하이닉스를 지원하고 있다"고 공격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해진뒤 하이닉스는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이후 산업은행도 미국의 압력을 우려해 하이닉스 지원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 10월22일 미국 재무장관 출신의 시장경제론자인 로버트 루빈 시티그룹 회장이 방한하자 하이닉스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한 방한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하이닉스의 재정자문을 맡고 있는 살로먼스미스바니는 다름아닌 시티그룹의 자회사다. 루빈 회장은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은 물론 이근영 금감위원장,진념 경제부총리는 물론 청와대까지 방문했다. 불과 1주일전에 청와대 방문 일정까지 잡을 정도로 이례적인 방문이었지만 정확한 방문목적은 철저히 가려졌다. 11월초 하이닉스반도체 미국 현지법인(HSMA)의 해외채권단이 디폴트(채권단이 선언하는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선언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해외채권단을 설득하기 위해 박종섭 사장이 여기에 참석했다. 이때 채권단 관계자들로부터 박 사장이 마이크론을 방문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어 마이크론의 스티브 애플턴 사장과 CFO(최고재무책임자) 빌 스토버 부사장이 22일부터 24일까지 한국을 극비리에 다녀간 사실이 사후 확인됐다. 이들은 신국환 구조조정특위위원장,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외환은행의 부행장들을 비롯한 채권단및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고 돌아갔다. 이천에 있는 공장도 방문해 둘러봤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마이크론의 하이닉스에 대한 공세는 이후 크게 누그러진다. 11월28일 열린 정기주총에서 마이크론의 애플턴 사장은 "D램업계의 구조개편 과정에서 어떠한 기회가 있는 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해 합병을 검토하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지난주말 집중적인 협의를 거쳐 협력논의시작을 공표하게 된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