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부시의 경제 챙기기

부시 대통령이 바빠졌다.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에다 팔레스타인 문제까지 겹쳐 한시도 여유를 찾을 틈이 없는데,그를 더 바쁘게 하는 것은 자칫하면 경기부양책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감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일 주례 라디오방송 때 주로 경제문제를 다뤘다. 경기침체로 신음하는 기업과 국민들을 도울 수 있도록 하루빨리 경기부양책을 마련해 줄 것을 의회에 촉구했다. 특히 본회의 통과도 못시키고 있는 상원을 맹비난했다. 아프간 전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방송시간 전부를 경제문제에 할애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경기부양책은 세금감면을 선호하는 공화당과,정부지출확대를 선호하는 민주당 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표류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최소한 크리스마스 휴가가 시작되기 전까지 최종안을 만들어 자기 책상 위에 올려 줄 것을 호소,청취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3일에는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FRB)의장을 백악관으로 불러 점심을 하며 경제문제를 논의했다.대통령과 FRB 의장 간의 단독 대화는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그만큼 부시 대통령은 경제를 챙기느라 바쁘다. 경제이슈를 확실하게 장악했다는 점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이런 행보는 10여년 전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저지른 실수를 잊지 말라는 주변의 계속되는 경고에 자극받은 면도 있다. 지금의 미국과 백악관 풍경은 그 당시의 그림을 다시 보는 듯하다. 딕 체니 부통령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당시 전쟁을 진두지휘했던 인물들이다. 경제도 마찬가지.경기가 하강국면으로 들어서면서 FRB가 지속적으로 금리를 내렸다. 그러나 부시 전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에 승리하고도 경제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다음해 선거에서 빌 클린턴에게 패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같은 아버지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는 충고를 수없이 받고 있다. 라디오 경제연설이나 그린스펀 의장과의 오찬간담회 같은 '경제행사'는 계속될 것 같다. 과연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않을지 지켜볼 일이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