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4년...떠오른 사람.몰락한 사람] 벤처巨富..실패한 관료

IMF(국제통화기금) 체제는 많은 스타를 만들어냈다. 경제 논리가 바뀌고 세대교체가 단행되면서 많은 별들이 경제계 전면에 새롭게 부상했다. 벤처 열풍이 불면서 벼락출세한 사람도 부지기수요, 자장면 배달부도 아이디어가 있으면 '신지식인'으로 평가받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그러나 이용호씨처럼 한때 '앙팡테리블(무서운 아이들)'로 떠올랐다가 하루아침에 패가망신한 사례도 적지 않다. ◇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 =IMF 덕에 화려하게 컴백한 국제 스타. 재무부 부이사관을 끝으로 20년 가까이 '낭인'생활을 거친 이 장관은 외환위기 와중에 금감위원장으로 복귀했다. '구조조정 전도사' '금융계 황제' 등으로 불리면서 대우 해체를 요리했고 이어 재경부장관으로 국가 경제를 주물렀다. 구조조정 후유증으로 중도하차하면서 '실패한 관료'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아시아 스타' 50인에 선정됐고 지난 4월엔 미국 우드로윌슨상을 수상했다. 최근 중소기협중앙회의 중기전략위원장, 기업 발전전략 연구기관인 코레이(KoRei)의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 김정태 국민은행장 =IMF가 만들어낸 스타중의 스타. 금융가의 서자 취급을 받던 증권회사 사장에서 98년 일약 주택은행장으로 발탁됐고 지금까지 통합 국민은행장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단돈 1원의 월급을 받는 대신 엄청난 스톡옵션을 받아 이미 수백억원을 챙겼다. 파격 경영으로 주택은행을 순익.주가 1위 은행으로 탈바꿈시켰다. 외국인투자자들에게는 한국 최고의 CEO(최고경영자)로 각인돼 있다. ◇ 강정원 서울, 하영구 한미은행장 =IMF 체제 하에서 외국계은행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강정원 서울은행장과 하영구 한미은행장 등 씨티은행 출신들이 시중은행장으로 대거 진출했다. 하 행장은 40대에 사상 첫 시중은행장이 됐다. 씨티은행 출신으로는 이들 외에도 금감원의 이성남 부원장보, 하나은행 송갑조 부행장, 교보생명 장형덕 부사장, 김명옥 상무, 신한은행 오용국 상무 등이 지금도 금융계를 주름잡고 있다. ◇ 박현주.이익치 회장 =박현주씨는 98년 이후 주가 상승기에 뮤추얼펀드 바람을 타고 일약 증권계 거물로 부상했다. '더블'(1백%)의 수익률을 낸 박현주펀드가 발매 즉시 매진사태를 빚고 기관들도 그를 따라가기 바쁠만큼 '박현주 신드롬'도 낳았다. 올 2월 미국으로 떠났지만 최근 귀국해 서서히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IMF가 낳은 또 한명의 증권계 풍운아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바이코리아'로 10조원을 끌어모아 증시 활황의 일등공신이 됐다. 그러나 내부자거래 등으로 구속되고 현대그룹 위기때 청산대상 1호로 추락해 미국으로 건너가 재기를 꿈꾸고 있다. ◇ 장하성 참여연대 위원장 =소액주주 운동을 통해 재벌에 대항한 시민운동계의 스타.삼성전자의 계열사 지원 문제를 물고 늘어져 11시간 주총이란 신기록을 세웠다. 올해에도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인물 50인'중 한국인으론 가장 높은 자리인 6위에 올랐다. 최근 건강상 이유로 참여연대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 김석기 정현준 진승현 이용호 등 =한 무리의 풍운아 그룹도 IMF 인물군에서 빼놓을 수 없다. 미국 하버드대 박사인 김석기 전 중앙종금 대표는 IMF로 달라진 금융환경에서 한때 금융가의 뉴리더로 떠올랐다. 그러나 끝내 내부자거래 혐의를 받기도 했고 지금은 일본의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현준.진승현.이용호씨는 작년 가을부터 잇달아 세간의 주목을 받은 각종 게이트의 주인공들. 젊은 나이에 수천억원을 끌어모았다가 주가급락 속에 파문을 일으키면서 지금은 구치소와 검찰을 들락거리고 있다. IMF 덕에 떼돈을 벌었지만 과욕으로 몰락도 앞당겨진 케이스. ◇ 제프리 존스 암참 의장 =한국에서 18년 변호사 생활끝에 미국 상공회의소(암참) 의장으로 변신한 소위 지한파. 각종 외국인투자를 주선했고 지금은 미 AIG의 대리인으로 금감위와 현대투신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다. ◇ 이재웅 오상수 이민화 등 벤처기업인 =현 정부는 IMF체제이후 재벌을 대체할 새로운 경제주체로 벤처를 선택했고 이재웅 다음 사장, 오상수 새롬기술 사장 등은 이에 화답해 벤처신화를 일궈냈다. 다음 새롬 등의 주가가 3백만원대로 치솟아 월급쟁이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재산을 끌어모았고 샐러리맨들의 창업열풍을 낳았다. 그러나 취약한 수익모델과 기술의 한계, 코스닥시장 급락등으로 벤처신화는 결국 거품논쟁으로 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상수 새롬 사장이나 이민화 메디슨 사장은 현역에서 물러나 부실계열사 살리기에 여념이 없다. ◇ 강제규 감독 =98년 관객 2백50만명을 동원한 '쉬리'는 빈사상태였던 한국 영화계에 '문화상품 대박시대'를 열었다. 이어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 등 7백만∼8백만명이 관람한 대박 영?湧?속출했고 한국은 할리우드 영화가 밀리는 유일한 나라가 됐다. ◇ 심형래 등 신지식인 =슬랩스틱(과장된 몸짓으로 웃기는) 코미디의 대명사였던 심형래씨는 SF영화 '용가리' 감독으로 변신하면서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부는 신지식인으로 중국집 '번개' 배달원을 비롯 자기분야에서 부가가치.생산성을 높인 농민 집배원 유치원장 주부 등도 줄줄이 내세웠다. 그러나 '관제 스타'들의 수명은 길지 못했고 지금은 '신지식인'이라는 말조차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