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한국경제의 내일 .. 朴昇 <중앙대 경제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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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 우리가 경험한 수많은 경제위기는 발전을 위한 하나의 진통이었다.지금의 상황은 더욱 그렇다.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고통을 횡단적(橫斷的)시각에서 보면 심각한 위기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을 발전사적(發展史的) 시각에서 본다면,우리 경제가 한단계 높아지는 도약의 기회이며,새 출발을 향해 긴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제적 위기는 성장환경의 급격한 단층적(斷層的) 변화에 대해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환경은 대내적으로는 저임금에서 고임금으로,차입성장환경에서 이것이 불가능한 환경으로,그리고 정부주도적 개발독재 질서에서 시장 자유경쟁환경으로 바뀌었다.
이 같은 새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많은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었다.
여기에다 국제환경이 보호질서에서 개방질서로 바뀌며 경쟁력이 허약한 우리 경제가 IMF 위기를 맞게 됐던 것이다.
이 위기는 기업과 금융의 부실악순환이라는 형태로 전개됐다.
즉 IMF 사태 이후 약 3만개에 이르는 기업이 도산했는데,이러한 도산은 금융기관의 부실을 유발하고,이것은 다시 기업부실을 낳게 되는 악순환이다.
한국경제가 이러한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응책은 응급처방대책과 근본치유대책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응급처방대책이란 금융부실문제를 해결해 금융신용을 회복시키는 일인데,이 일은 거의 성취됐다고 볼 수 있다.
당초 IMF 사태 직후 기업 도산으로 금융이 떠안은 부실채권은 1백40조원에 이르고 있었다.
당시 금융기관의 납입자본금은 모두 합해야 20조원도 안됐으니,대부분 금융기관들은 도산 위기에 있었다.
이 때 64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함으로써 금융신용을 회복시키는데 성공했고,이로 인해 우리 경제는 성장세를 회복해 재작년 10.7%,그리고 작년 8.8%의 고도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재작년에 대우사태,그리고 작년엔 현대사태가 터지면서 금융부실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던 것이고,여기에다 세계적 불황까지 가세함으로써 올해 심각한 경제위기를 다시 맞게 된 것이다.그러나 올들어 40조원의 제2차 공적자금을 다시 투입함으로써 금융부실 문제는 이제 거의 해결된 상황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근본치유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이는 기업 도산으로 인해 금융부실이 재발하지 않도록 기업 쪽의 구조조정을 성취하는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워크아웃·법정관리·화의 등의 형태로 부실상태에 있는 대기업이 약 5백개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구조조정문제도 대우와 현대 문제가 가닥이 잡힘으로써 마무리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 대우사태와 같은 돌발적 상황이 재발하지 않는 한,부실악순환을 재연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힘이 되고 있는 것은,저금리정책이 금융기관의 수지를 크게 개선시켜 부실채권에 대한 금융기관의 자체 흡수능력이 커지게 됐다는 점이다.
예컨대 하이닉스에 대한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6조원에 이르고 있지만,올해 은행들의 영업이익은 20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대손충당금을 쌓을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이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볼 때,지금 우리 경제는 부실악순환을 단절하고 재도약을 향한 새 출발의 준비가 마무리 된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바야흐로 고되고 긴 터널을 벗어나고 있는 것이며,내년에는 어떤 형태로든 그러한 변곡(變曲)이 나타날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기본 틀은 매우 건강하고 변화에 대한 적응능력도 높다.
성장률 2∼3%,물가 3%내외,경상수지흑자 1백억달러,외환보유고 1천억달러로 요약되는 올해 우리 경제 성적은 중국과 더불어 세계 으뜸 수준이다.
이것은 세계 경제의 기관차라 하는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제로성장이나,네마리 용 가운데 우리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마이너스 성장을 감안할 때 더욱 분명하다.
앞으로의 과제는 재도약을 위해 국력을 결집하는 일이다.
집단이기를 자제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시민의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노사 간 산업평화와 여야 간 생산적 정치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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