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 '전전긍긍' .. 현대홈쇼핑-롯데.CJ39 '힘겨루기'

인터넷쇼핑몰 e-현대백화점(www.ehyundai.com)에 근무하는 H씨는 가전제품을 수입,판매하는 자사 납품업체에 "최근 개국한 현대홈쇼핑에 입점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했다가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경쟁업체인 CJ39쇼핑에서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이 회사 관계자가 "CJ측으로부터 현대에서 물건을 팔면 앞으로 우리 방송에서는 물건을 취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난감해 했던 것. 결국 순수한 호의로 먼저 말을 꺼냈던 이 직원은 예상치 못했던 납품업체의 반응에 머쓱해할 수밖에 없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힘겨루기'에 메이커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홈쇼핑이 최근 방송을 시작하면서 매출이 예상외의 호조세를 이어가자 롯데백화점 CJ39쇼핑 등 경쟁업체들로부터 본격적인 견제가 시작된 것. 이같은 경쟁업체의 견제에 현대 역시 "홈쇼핑에 물건을 납품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납품업체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기싸움'에 메이커만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최근 현대홈쇼핑에 납품제의를 받은 중소 의류업체인 A사는 아직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자사제품이 입점해 있는 롯데백화점 담당 바이어로부터 "현대홈쇼핑에 물건을 대지 말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업체는 주로 취급하는 품목이 홈쇼핑 주고객인 30대중반∼40대초반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제품이어서 홈쇼핑TV에 들어가면 매출향상에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현대라는 공룡을 경쟁자로 맞은 CJ39의 경우 의류뿐 아니라 홈쇼핑에서 취급비율이 특히 높은 중소 가전업체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기존 경쟁자인 롯데 뿐 아니라 홈쇼핑쪽 경쟁업체인 CJ39까지 견제에 들어가자 현대도 실력행사에 나섰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홈쇼핑에 제품을 납품하지 않으면 내년 2월로 예정된 백화점 매장개편 때 불이익을 주겠다며 입점업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들 대형 유통업체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는 업체들이 대부분 홈쇼핑에서 물건을 판매하지 못할 경우 유통망 확보가 쉽지 않은 중소업체라는 점.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홈쇼핑 개국 이후 롯데 등 대형백화점뿐 아니라 기존 홈쇼핑업체들까지 나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래저래 중소 메이커들만 새우등이 터지는 신세"라고 하소연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