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실패와 성공 오가는 시계추 .. '레모네이드'

동화집에 나오는 '미운 오리새끼'같은 사람들의 얘기가 좋다. 처음부터 백조는 싫다. '레모네이드'(앨릭스 트레스니오스키 지음,권치오·권춘오 옮김,좋은책만들기,8천원)에 등장하는 존홉킨스병원의 성공한 의사 마이클 아인은 키가 1백29㎝밖에 안되었다. 입학 신청서를 낸 서른개 의대가 모두 그의 입학을 거절했지만 그가 원한 직업은 의사였고 다른 직업은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는 재수를 하고 또 해서 마침내 바늘구멍을 뚫고 의사가 됐다. 그는 자신의 작은 키를 변명거리로 삼지 않았다. 그는 하나의 촛불이 되어 다른 작은 사람들의 위안이 됐다. 눈물 없이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삶의 진정한 맛을 모른다고 괴테는 말했다. 인생은 실패와 성공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인지도 모른다. 실패를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삶의 의미가 달라진다. '레모네이드'의 둘째 이야기. 대규모 금은도매상이었던 배리 포트킨은 스스로를 누구보다도 똑똑하다고 여기던 사람이었다. 금은도매상으로 거부를 이룬 그는 호화저택에서 캐딜락을 타며 즐겼다. 그런 그가 순식간에 거지가 됐다. 현실을 철저히 인정한 그는 얼마 후 핫도그가게를 연다. 시간만 나면 거리를 돌면서 "제 가게에 와보세요. 한번 시식해보시죠"라며 홍보했다. 핫도그체인점으로 다시 일어선 그는 성공 후 스스로 너무 똑똑하다고 믿는 것이 가장 큰 약점임을 알았다고 술회한다. '레모네이드'는 정상에서 바닥으로 추락한 사람들의 자세를 소개하고 있다. 연금수당을 받는 줄에 섬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을 비로소 이해하는 삶의 변화를 알려준다. 장애인의 설움과 그것을 극복하는 희망의 빛을 비쳐주기도 한다. 이 책에 나오는 걷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읽을 수도 없는 교통사고 장애인 드니즈는 이렇게 외친다. '장애인은 바보가 아니에요. 시련이 닥칠 때 그걸 하나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라고. 가슴 풋풋하게 다가오는 '작지만 큰 얘기'도 있다. 린다는 머핀을 굽는 것을 천직으로 여겼다. 어머니의 독창적인 반죽을 배워 머핀을 만들었다. 아침마다 맛있게 만든 것들을 가지고 바쁜 직장인들에게 가지고 갔다. 어느날 보건당국원들에게 그녀는 철퇴를 맞는다. 그녀의 머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돕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다시 머핀을 담은 수레를 끌고 나온 그녀를 환영했다. 그 머핀에는 셀 수 없는 눈물방울이 어려 있었다. 그녀가 빵을 구우면서 쏟아 부은 사랑이 다시 그녀에게 돌아온 것이다. 사람들은 남의 실패를 보면서 위안을 삼는다. 한편 보통사람의 성공을 보면서 분발한다. '레모네이드'는 지극히 평범한 이웃들의 성공 이야기다. 읽고 있으면 갑자기 저도 모르게 겸손하고 성실하게 일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는 그런 책이다. 엄상익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