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내년 경기 낙관은 성급하다

최근들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민간연구기관들은 물론 보수적 전망으로 정평이 나있는 한국은행조차 시간이 흐를수록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을 높게 수정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은은 지난 11월초까지만 해도 내년 경제성장률이 3%를 넘지못할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지난 7일 전망에서는 3.9%로 올렸다. 정부 역시 그같은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진념 경제부총리는 10일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참석,내년 경제운용방향을 설명하면서 상반기 3%,하반기 5% 등 연간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고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이날 진 부총리 설명은 내년 상반기까지 경제상황이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예산의 조기집행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강구하겠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낙관론을 펴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내년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나친 낙관은 철저히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최근의 경기회복은 재정확대 등에 따른 내수진작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내수소비가 투자확대로 이어지지 못하고,또 수출증가를 수반하지 않는다면 상승국면이 지속되는데는 한계가 있다. 자칫 반짝경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더구나 내수소비도 낙관하기에는 아직 충분하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정부와 연구기관들이 전망하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그대로 실현된다 하더라도 잠재성장률(5∼6%)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또 미국 등 세계경제 전망은 아직도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내년도 정치·경제·사회환경이다. 선거정국이 전개되면 사회기강이 해이해질 가능성이 크고,여기에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의 축제분위기가 가세할 경우 거품성장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내년 경제운용의 성패는 바로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좀더 냉정한 자세로 실물경제의 현실을 들여다 보고, 보다 정교한 경제정책을 구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경기회복 조짐을 기조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기업의욕의 고취가 무엇보다 긴요하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이뤄질 것이라는 불확실한 전망보다 기업애로 타개에 최대역점을 두겠다는 한마디 약속이 경기진작에 특효약임을 명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