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엔론의 몰락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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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미 최대 에너지 기업인 엔론의 몰락은 예견돼 있었지만 충격은 아직도 가시지 않을만큼 크다.
미 재계 순위 7위의 엔론은 지난 2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파산보호 신청 수일 전 엔론의 채권은 투기등급으로 하향조정됐고 경쟁사인 다이너지는 엔론를 인수합병하려던 계획에서 발을 뺐다.
엔론은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최대기업이 됐다.
이 회사의 불투명한 회계는 왜 문제가 생겼는지를 파악하는 것을 힘들게 하고 있다.
엔론의 케네스 레이 회장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각별한 관계는 이 회사의 몰락을 정치쟁점으로까지 몰고 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자본시장이 세계 증시의 대표주자 역할을 계속 하려면 엔론 사태로부터 몇 가지 교훈을 배워야 한다.
먼저 엔론의 몰락은 회계감사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엔론은 지난 5년간의 이익을 재조정하면서 당초에 밝힌 수치보다 무려 6억달러를 줄였다.
이 회사의 회계감사는 앤더슨이 맡았다.
지난해 엔론은 앤더슨에 회계감사 댓가로 2천5백만달러를 지급했다.
또 컨설팅료로 2천7백만달러를 지불했다.
앤더슨은 지난 6월에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웨이스트매니니먼트의 감사가 문제있다며 제기한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7백만달러를 사용하는 등 적지 않은 법정소송에 휘말려 있다.
웨이스트매니지먼트는 엔론처럼 앤더슨의 회계감사 고객이면서 컨설팅 고객이기도 했다.
회계법인들은 동일 고객에 대해 컨설팅을 수행하는 게 문제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엔론 사태를 계기로 회계법인이 같은 고객에 컨설팅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회계기준도 물론 고쳐져야 한다.
엔론은 많은 부채를 장부외로 처리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런 부채들은 주계정에 포함된다.
월가에 있는 투자은행과 신용평가기관들도 엔론 사태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 있다.
닷컴 거품이 일 때와 마찬가지로 월가의 거액연봉을 받는 애널리스트들은 후회막급한 일을 했다.
엔론이 붕괴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UBS워버그 골드막삭스 리만 등 유명 금융회사들은 엔론의 주식에 대해 "매수" 및 "보유"추천을 했다.
다행인 것은 지난 2년간 증시는 투자자들에게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도록 가르쳤다는 사실이다.
엔론 사태는 그 교훈의 소중함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신용평가기관도 애널리스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독립성을 재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신용평가기관은 금융시장에서 그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평가 대상 기업과 그 기업에 자금을 댄 은행들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고있기 때문이다.
규제정책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특정기업의 파산은 규제에 대한 명분을 제공하기도 한다.
엔론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는 시장에 내맡기기에는 너무 중요하다는 주장과 에너지 선물거래를 한 엔론처럼 금융거래를 한 회사들도 은행과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목소리를 키울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시장의 규제완화는 가격하락을 낳았고 에너지 거래는 엔론의 몰락에 관계 없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또 금융사업 부문을 갖고 있는 모든 회사에게 은행과 같은 수준의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현명치 못한 일이다.
하지만 엔론의 에너지 선물거래가 금융감독 당국의 감시를 받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 부분은 개선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과 은행들은 엔론의 몰락이라는 사실 자체로부터 가장 소중한 교훈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이익이 급증하는 회사는 일단 의심을 해야한다.
회계법인들도 교묘히 속이는 회계장부에 서명하라는 고객사의 압력에 주의하게 될 것이다.
신용평가기관과 정부의 규제 담당자들 역시 투명치 않은 기업에 대해 업무를 처리할 때는 더욱 신중을 기하게됐다.
"자본주의"라는 드라마에서 파산은 다음 번 호황이 찾아올 때까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리=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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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8일자)에 실린 "Lessons must be learnt from America's largest corporate bankruptcy"란 제하의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