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기업 개혁과 민영화 .. 李永鐸 <KTB네트워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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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永鐸
IMF 위기 이후 기업경영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마불사의 불문율이 깨지면서 철옹성같던 대기업의 지배구조가 위협받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개혁의 기준이 되고,연봉제가 확산되며 인력의 유동화가 급진전되고 있다.
기업마다 CEO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핵심 인력의 확보 및 유지가 기업경쟁력의 결정적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처럼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이러한 변화에 올바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대답은 자명하다.
경쟁력 약화로 곧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공기업은 어떤가.
신문을 보니 대부분의 공기업 CEO는 여전히 낙하산 인사다.
그것도 전력(前歷)이 기업경영과 무관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심한 것은 공기업 민영화 대상기업에 대해서도 이런 인사를 한다는 사실이다.
민영화가 필요하긴 한데,민영화 전까지는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것인가.
역대 어느 정부든,출범 초에는 공기업 민영화가 주요정책 중 하나였다.
그 때는 누군가 옆에서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하자고 하면,개혁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낙인 찍히기 십상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흐지부지되고,경우에 따라서는 정부의 간여나 규제가 심해지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되풀이되고 있을까.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공기업 개혁과 민영화가 가능할까.
첫째,정부의 강력하고 일관된 의지와 리더십이 필요하다.
공기업 민영화 원칙에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지금까지 제대로 안되고 있는 걸 보면 만만치 않은 과제다.
우선 해당기업에 대한 인사 예산 등 막강한 권한을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정치적 방해꾼을 끈질기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노조 등의 불법적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기득권 세력의 조직적 저항에는 민영화 지연이 결국 국민부담 증가로 귀결된다는 논리로 극복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어설픈 민영화는 하지 않으니만 못하다는 사실이다.
정부기업의 경우 바로 민영화하는 대신 공기업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담배인삼공사가 그렇고,한국전기통신공사가 그렇다.
앞으로 철도사업도 그렇게 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정부로서 장차 민영화로 간다는 의지 확인은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공사화의 중간단계가 꼭 필요한 것인지,바로 민영화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등을 꼼꼼히 분석할 일이다.
업무나 예산에 대한 통제를 덜 받으면서 오히려 방만한 경영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셋째,민영화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민영화 만능의 일률적인 사고도 경계해야 한다.
민영화가 그렇게 좋다면 거꾸로 왜 지금까지 국영으로 가지고 있었느냐는 책임 문제도 가능한 것이 아닌가.
마구잡이식 민영화가 아니라,민영화 대상부터 엄선해야 한다.
또 일단 민영화하기로 했을 경우에도 어떻게 하는 것이 증권시장 등에 미치는 부담을 최소화하면서,정부로서도 제값을 받고 파는 길인지를 잘 따져 볼 일이다.
무조건 민영화가 아니라 언제,어떤 방식의 민영화가 필요한지를 처음부터 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민영화 이후의 관리를 잘해야 한다.
민영화 목적이 기업경영의 효율화에 있기 때문에 민영화 자체로서 정부가 할 일을 마쳤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사후 관리라고 해서 정부가 계속 간섭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공기업 시절 업무나 자금면에서 정부와 관계가 있었을 경우 민영화와 동시에 이를 단절하는 것은 곤란하다.
더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 민영화해 놓고,민간기업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식의 정부대응은 민영화의 취지를 훼손하는 결과가 된다.
이제 국민의 정부는 임기가 1년 남짓이기 때문에 그동안 추진해온 공기업 민영화를 마무리할 단계다.
그러나 앞으로도 공기업 민영화는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
여든 야든 다음 정권을 꼭 잡아야겠다면,나머지 공기업 민영화 계획을 잘 다듬어 집권 초에 강력한 정책의지를 가지고 다시 한번 추진할 일이다.
ytlee@kt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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