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美기업들의 '고교생 투자'

한국경제를 설명하는 '코리아 카라반'을 이끌고 있는 양성철 주미 한국대사가 최근 도널드 그레그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과 '디트로이트 경제클럽'에서 공동으로 오찬 강연을 했다. 이 클럽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빌 게이츠 MS 회장도 초청한 전통있는 단체다. 이날 강연에는 디트로이트의 상공인들과 지역 유지들이 많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는데,특히 주목을 끈 참석자들이 있었다. 바로 이 지역 고등학생들이었다. 마틴 루터킹 고등학교를 포함,디트로이트는 물론 인근도시 고등학생 40여명이 상공인들과 나란히 앉아 양 대사와 그레그 회장의 강연을 듣고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이들은 한국의 구조조정 동향이나,국제투자은행의 활동 같은 비교적 전문적인 내용을 주제로 한 강연,질문 및 답변내용을 일일이 받아 적었다. 대부분 한국을 한번도 방문해본 적이 없는 학생들이어서 생소한 주제였는데도 누구 하나 한눈 팔지 않고 경청했다. 이 학생들은 강연 시작 전에 두 연사와 별도로 기자회견도 가졌다. 양 대사와 그레그 회장 모두 일정이 빠듯해 짬을 내기 어려웠지만,디트로이트 상공회의소 요청으로 이들에게 20여분 정도를 할애했다. 학생들에 대한 별도의 배려였다. 이들이 이날 참석한 것은 디트로이트 기업들의 후원 덕분이다. GM 포드 등 이 지역의 대표적 기업들은 고등학생들이 기업의 세계를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각종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이날도 1인당 3만원 정도 하는 점심값을 기업들이 내줬다. 학생들에 대한 배려는 이날만이 아니었다.경제클럽에서 행하는 주요 강연이나,다른 행사가 학생들에게 기업활동이나 전반적인 경제동향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여겨질 때면 기업들의 배려로 적잖은 고등학생들이 참여해왔다고 한다. 마케팅에 관심이 많다는 한 학생은 "이런 강연을 들으면 학교공부도 재미있어 진다"며 "기업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한국기업이라면 어느 곳에 투자를 해야할 지 느끼게 해주는 행사였다. 디트로이트=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