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바꿔야 '경제'가 산다] 1부 : (4) '해법은 없나'

"로비활동 양성화"가 정경유착이란 검은 고리를 단절하는 주요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지난 10월22일 대표 발의한 "외국대리인 로비활동 공개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이 법안의 제정엔 정 의원 외에 한나라당 김홍신,남경필 의원,민주당 허운나,신기남 의원 등 여야의원 48명이 두루 참여했다. 정몽준 의원은 "로비활동은 다원화된 민주사회에서 불가피한 일"이라 전제한 뒤 "비공식적.음성적인 로비가 입법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폐혜를 없애기 위해 적법한 절차속에서 공개적이고 투명한 로비활동을 인정하는게 필요하다"고 입법취지를 설명했다. 지난 1946년 연방로비규제법(Federal Regulation of Lobbying Act)을 도입한 이후 투명한 정치문화를 정착시켜온 미국의 사례를 감안할때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은 한국정치 지형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사례=로비활동을 수정헌법 제1조에 규정된 청원권(the right to petition)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다. 로비는 뇌물이 오가는 부도덕한 거래가 아니라 떳떳한 권리주장의 행위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법테두리 내에선 로비활동의 자유를 1백% 보장한다. 지난 1996년 개정된 현행 로비활동 공개법은 로비스트나 로비회사가 6개월마다 활동과 소득내역을 공개,등록토록 했다. 업무시간중 20% 이상을 유급 로비활동에 사용하는 사람은 예외없이 로비스트로 규정했다. 정책 입안자,정책결정자와의 직접 접촉 뿐 아니라 정책에 영향을 주기 위한 각종 준비와 기획,자료수집,연구활동 모두를 로비활동으로 정의 했다. 또 로비스트를 한명이라도 고용하고 있는 회사는 모두 로비회사로 규정되는 등 법규정이 엄격하다. 로비스트나 로비 회사는 고객명단,활동 내역은 물론 영향력을 행사한 법안의 전화번호와 로비활동 수입금액,지출금액 모두를 의회 사무국에 보고해야 할 정도다. 한국의 경우=미국의 로비활동공개법을 대폭 수용한 "외국 로비스트법"은 우선 대상을 외국 로비스트로 한정했지만 법안이 통과될 경우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외국 대리인에게만 로비활동을 인정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나는 만큼 내국인과 내국기업에게 까지 확대될수도 있다. 이 경우 그동안 "인맥"과 "밀실거래"로 이뤄졌던 정치자금 수수관행이 발붙일 여건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민주당 허운나 의원은 "내국인에 대한 로비활동을 망라한 법규를 빨리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법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외국 기업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활동하는 개인이나 법인단체는 사전에 법무부장관에게 등록토록 했다. 또 외국대리인(로비스트)들은 관련 공무원들을 직접 만나선 안되고 우편이나 전자매체 등을 통해 관련자료를 제출토록 했다. 6개월마다 활동상황 보고서를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회계장부와 기타활동기록을 사무실에 비치토록 해 활동의 투명성도 높였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