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시장 살리기

작가 이문열에 따르면 저잣거리는 '엉머구리 끓듯 하는' 곳이다. 그러나 정신을 못차릴 만큼 시끌벅적한 시장은 곧 치열한 생존경쟁의 현장이다.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골라 골라"를 외치는 상인들의 모습은 현실에 지친 사람들에게 '살아봐야겠다'는 용기를 불어넣는다. 그러나 요즘 시장은 이같은 활기와 거리가 멀다. 지방은 물론 서울의 재래시장만 해도 3백90여곳에 이르지만 동네 시장과 광장ㆍ중부ㆍ경동시장등 특화시장 할 것 없이 예전의 생기 넘치던 모습을 잃고 있다. 결국 정부가 내년 4월부터 주거지역 시장의 재개발ㆍ재건축 용적률 상한선을 현행 2백50%에서 4백∼7백%로 늘리고, 주상복합건물 건축및 용도 변경에 필요한 도시계획 결정기간을 2년에서 6개월로 줄여주는 등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재래시장을 살리려는 불가피한 조치일 것이다. 서울시의 안전점검 결과 재래시장 상당수가 붕괴ㆍ화재ㆍ폭발위험에 노출돼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건물만 새로 짓는다고 재래시장이 살아나는 건 아니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내ㆍ외국인을 막론하고 백화점이나 슈퍼마켓과는 다른, 시장만의 정취를 느끼고 싶어한다. 그러자면 시장마다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브랜드화, 명소화하는 게 필요하다. 또 한가지 중요한 건 깨끗함과 친절이다. 지금처럼 통행로 곳곳에 쓰레기더미와 음식그릇을 그냥 두는 지저분함, 행여 물건을 고르다 안사면 따가운 눈총을 쏘아대거나 등 뒤에 대고 욕지거리를 내뱉는 불친절, 오전엔 물건을 바꾸러 가기 어려운 풍토를 개선하지 않는 한 시장은 살아나기 어렵다. 재개발ㆍ재건축을 쉽게 해줄 경우 난개발이 심화되고 주상복합건물로 바뀌어도 영세상인들은 임대료가 비싸 입주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래시장은 살아있는 도시문화의 일부다. 겉만 바꾸는 건 또다른 '포촘킨의 도시'(러시아 예카테리나 여제의 지방순시중 포촘킨이 환상적인 그림으로 눈가림을 한데서 비롯된 말로 가짜도시를 뜻한다) 건설에 다름 아닐수 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