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아시아경제'] 龍들의 날개없는 추락..중국 쇼크에 '비실비실'

'날개 없는 추락' '출구 없는 터널' 대만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 '신흥 타이거'들의 모습을 현지 언론들은 이렇게 표현한다. 금융위기 4년이 지났지만 아시아의 고난은 계속되고 있다는 말이다. 성장률은 일제히 마이너스로 추락했고 거리엔 실업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의 신경제가 막을 내리고 중국 쇼크가 번져가면서 고통은 가중된다. 그나마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을 예외로 한다면 아시아는 더욱 깊은 침체의 수렁에 빠져 있다. 아시아는 과연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외환위기 이후 국내 건설업체들에 '황금시장'으로 떠올랐던 대만. 이곳에 진출해 있는 10여개 국내 건설사들은 올해 완전히 공쳤다. 수주목표를 3억달러로 잡았던 S건설 현지법인이 올 들어 처음으로 6천만달러짜리 건물 내장공사를 최근 수주한게 한국 건설업계가 따낸 실적의 전부다. 무역회사들도 마찬가지. 올들어 9월 말까지 한국의 대(對)대만 수출실적은 43억5천만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3%나 줄었다. 각종 수치들도 대만 경제 부진을 증명하고 있다. 대만의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4.2%로 전분기(-2.4%)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1차 석유위기가 세계 경제를 강타했던 1975년 이후 26년 만에 최악의 수치. 실업률은 5.33%로 1년 전 2%대에서 껑충 뛰어올랐다. 타이베이 최대 번화가인 충샤오둥루(忠孝東路)의 라이라이 쉐라톤호텔. 73개의 스위트룸을 포함한 7백3개의 객실에 15개의 각종 레스토랑, 1천5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연회장을 갖춘 이 초특급 호텔은 손님이 뚝 끊기면서 3개월째 종업원들에게 임금을 못주고 있다. 호텔측은 27홀짜리 골프장 등 보유 자산 처분에 나섰지만 아직 원매자가 없다. 86년도 미스코리아 출신의 이혜정씨를 며느리로 맞아들여 화제가 됐던 세계 최대의 화교재벌 탄유그룹. 이 그룹이 소유한 타이베이 시내의 특급호텔 환야주루(環亞酒樓)도 된서리를 맞았다. 환야주루는 부속건물인 대형 쇼핑몰을 급매물로 처분하고서야 가까스로 체불임금을 정리했다. 타이베이.싱가포르.홍콩=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