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명태

명태(明太)라는 이름의 유래는 이유원(1814∼88)의 '임하필기'에 전한다. '도백이 맛있게 먹은 생선의 이름을 물었으나 아무도 모른채 다만 명천에 사는 어부 태씨가 잡은 것이라고 하니 산지인 명천의 명(明)자와 어부의 성 태(太)자를 따서 명태라고 이름붙였다'는 것이다. 명태는 잡는 방법에 따라 그물태 망태 낚시태, 모양별로 꺾태(산란 뒤 뼈만 남은 것),노가리·앵치(새끼),막물태(나중에 잡힌 작은 것)등 여러 가지로 불린다. 강원도 고성을 비롯한 동해 연안의 것은 지방태,오호츠크해와 베링해 등에서 잡히는 건 원양태라고 하는데 지방태는 작지만 구수하고 특히 해독효과가 좋다고 한다. 빨리 말려 살이 딱딱한 게 북어고,내장을 뺀 다음 12월∼4월 건조대에 널어놔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살이 황금빛으로 연하게 부풀도록 만든 게 황태다. 이처럼 얼려서 말리는 동건법(凍乾法)은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방식이다. 명태는 또 주로 바다밑 쪽에 살아 해수면 가까이에 사는 고등어 등과 달리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많다. 게다가 알 창자 아가미는 젓갈,간장은 간유,고지는 말려서 찌개나 볶음용으로 쓰는 등 버리는 게 없다. 알에는 토코페롤, 창자와 아가미(서거리)에는 칼슘, 고지엔 단백질과 인이 듬뿍 들었다고도 한다. 관혼상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물론 명태 김치ㆍ구이ㆍ두부장ㆍ순대ㆍ식해ㆍ알지지개등 사전에 나오는 음식 종류만 10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1940년 27만톤이나 됐던 국내의 명태 어획량은 오늘날 미미하기 짝이 없다. 동해연안에서 잡히는 건 총소비량의 1%밖에 안될 정도다. 나머지는 모두 먼바다에서 잡는데 내년도 러시아 수역 명태 쿼터가 올해보다 9천톤이나 줄었다고 한다. 전체 수급에 별 문제가 없다는 정부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벌써 명태값이 들먹거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명태는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밤늦게 시를 쓰다가 쐬주를 마실 때/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변훈 작곡 '명태'중에서)고 할 만큼 대중적인 생선이다. 정말이지 동태찌개도 먹기 어려워지는 것인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