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HP '칼리 피오리나' 회장 .. 소신껏 변화 추진

칼리 피오리나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이 컴팩 인수를 준비하던 지난 여름부터 이미 위험신호는 울리고 있었다. HP가 지난 7월말 합병안을 마무리하기 위해 골드만삭스를 고용했을 때 이 투자은행의 첫 반응은 "합병을 정말로 원합니까?"였다. 골드만삭스는 전망이 불투명한 PC 사업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4백억달러짜리 두 골리앗을 합치는 데 따른 위험이 크기 때문에 합병발표 즉시 주가가 10∼15%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합병계획을 발표하기 이틀 전인 지난 9월2일 피오리나는 발표문을 수정해야만 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가 발표내용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피오리나는 또 HP 공동설립자 윌리엄 휴렛의 아들이자 이사회 멤버인 월터 휴렛이 합병에 대한 월가의 반응이 비판적일 경우 합병에 반대하고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위험신호들은 현실로 나타났다. 합병소식이 나온 이후 2주일동안 HP 주가는 38%나 곤두박질쳤다. HP 지분 5.2%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휴렛은 합병을 반대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투자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휴렛과 피오리나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지난 7일 피오리나는 큰 타격을 입었다. HP 최대주주(지분 10.4%)인 팩커드재단이 합병에 반대할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피오리나는 이제 67%의 지분을 가진 기관투자가들을 합병 지지쪽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내년 3월로 예정된 주주투표때까지 투자자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며 "팩커드재단의 결정이 합병계획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합병안이 주주투표까지 가서 부결되는 것은 전례가 없다"며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하면 이사회와 경영진의 신뢰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커지고 있는 위협에 맞선 피오리나는 조금도 움츠러드는 기색이 없이 여전히 대담하다. 팩커드재단의 발표 다음날 피오리나는 HP 회의실에 여유있게 앉아서 합병을 왜 해야하고 경고음이 몇달 전부터 울렸음에도 왜 단호하게 추진해 왔는지를 자세히 설명했다. 피오리나는 컴팩과의 합병이 실리콘밸리의 상징인 HP에 최선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는 "주주들에게 합병이 얼마나 현명한 일인지를 보여 주겠다"며 "내년초 발표할 주주표결 관련 성명서에 이를 상세하게 제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HP 사상 외부에서 처음으로 영입된 CEO인 피오리나는 취임 이후 사업내용 인사체계 기업문화 등 회사의 모든 것을 바꾸는 급진적인 개혁을 실시했다. 문제는 개혁을 통한 변화로 회사가 더 좋아졌는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주주투표는 피오리나 회장이 제너럴일렉트릭(GE) 의 전 CEO 잭 웰치처럼 '변화의 달인'이 될 것인가,아니면 포드자동차에서 퇴출된 자크 나세르처럼 조용히 사라질 것인가를 가름할 첫번째 무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합병안이 통과되더라도 HP는 창업자 후손들과의 갈등,회사 내부의 동요 등으로 상당한 후유증을 겪게 될 전망이다. 피오리나는 투자자들에게 합병의 전략적 의미를 이해시키는 것은 물론 극심한 내분에 빠진 회사 사정에도 불구하고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능력이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줘야 한다. [ 정리 = 국제부 int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