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MS 전략적 제휴] 닷넷 글로벌化 .. IT업계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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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한국통신)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제휴는 세계 IT(정보기술) 업계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MS가 한국 시장에서 닷넷(.NET)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현하면 닷넷의 세계시장 평정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MS는 솔루션 개발은 물론 유통 시장까지 장악할 수 있다.
KT도 이번 제휴를 통해 유선전화 업체에서 인터넷 기업으로 일대 변신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MS와의 제휴에 따른 효과가 '국내용'에 머물 가능성이 있고 국내 IT업체들의 'MS 줄서기'와 기술 종속이 불가피해지는 점 등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 사업 제휴의 의의 =이번 제휴는 세계 1위 초고속인터넷 기업과 소프트웨어(SW)·시스템 업체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가치네트워크 기업으로의 변신'(KT)과 '닷넷의 글로벌화'(MS)라는 양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특히 MS는 닷넷을 세계에 확산시키기 전에 가장 중요한 시험무대(testbed)인 한국에서 제휴 업체를 잡았다는데 의의를 찾고 있다.
MS가 세계적인 IT경기 불황에도 KT의 유일한 제휴 업체로 참여한 것은 이 때문이다.
MS는 KT에 금액 베이스로 5억달러 어치를 투자할 수 있고 더 이상은 안된다고 버텨온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MS 입장에서는 큰돈 들이지 않고 닷넷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 사업제휴 내용 =양사는 △인터넷전화(VoIP) △무선 인터넷접속 △콘텐츠제공 네트워크(CDN) 디지털콘텐츠 서비스(DCS) △공동브랜드 포털서비스 등에서 긴밀하게 제휴할 계획이다.
이런 서비스에서 손잡겠다는 것은 인터넷 포털, 인터넷망 사업, 소프트웨어, 인터넷전화, 인증.보안.결제, 그 외 금융 e비즈 등 모든 분야를 포괄하겠다는 얘기다.
빌 게이츠 MS 회장은 "닷넷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를 통해서나 자료, 정보, 선호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운영체제(OS)인 윈도XP를 비롯 인터넷 브라우저, 인터넷전화, 홈네트워킹, 각종 SW 등을 서버 PC 무선단말기 등으로 내려받아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KT의 초고속망을 통해 전기나 수도처럼 솔루션을 끌어다 쓰고 나중에 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 유.무선 포털 경쟁 가속화 =양사는 공동브랜드 포털과 관련, 앞으로 3개월 가량의 준비기간을 거쳐 통합 포털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와 관련, KT가 B2C(기업-소비자간 전자상거래) 포털로 준비중인 '렛츠KT닷컴(www.Let'sKT.com)'이 그 중심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나의 ID로 여러 대형 포털에 로그인(log-in)할 수 있는 '싱글 사인온(Single Sign-On)' 개념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MS의 '패스포트'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만약 렛츠KT닷컴을 모체로 양사의 공동 포털이 나오면 국내 인터넷시장은 SK텔레콤의 '네이트'와 KT의 '렛츠KT닷컴'으로 빠르게 재편될 전망이다.
플랫폼이나 게이트웨이를 장악하고 있으면 어떤 대형 포털이나 인터넷업체라도 이들에 종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KT-MS 라인의 문제점 =이상철 KT 사장은 "MS와 같은 세계적 기업과 손잡게 돼 월드클래스 컴퍼니로 도약할 수 있는 시간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에는 '월드클래스(worldclass)'는 강조됐어도 '월드와이드(worldwide)'의 의미는 크게 담겨 있지 않다.
다시 말해 MS와의 제휴를 통해 KT가 세계적 수준의 기업으로 도약해도 세계 시장에서는 MS가 그 이득을 독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IT 벤처를 포함한 국내 기업들은 양사의 전략에 부응하는 솔루션과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전화의 경우 새롬기술의 미국 자회사인 다이얼패드 등은 미국 지역 윈도XP에 기본 장착돼 서비스된다.
MS는 이들 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h.323 규격과는 다른 SIP 규격으로 인터넷전화 솔루션을 개발했다.
KT 관계자는 "이번 제휴를 통해 MS는 자신들의 SIP 규격에 따른 솔루션을 윈도XP에 얹어 KT 가입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와 함께 KT가 내년에 완전 민영화하면 사기업으로 재출발하게 되는데 KT-MS 라인이 공적 독점을 사적 독점으로 지속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