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름다운 노년 .. 이서형 <금호건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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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형
어느덧 2001년 한 해도 저물어 가고 있다.
저마다 나름대로 살아 온 삶을 돌이켜 보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좀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마음가짐을 되새기게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아 온 과정이 앞으로 살아 갈 삶의 밑거름이라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기는 하지만 생각만큼,나이만큼 따라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젊은 시절에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다고 생각하지만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못하고 나이만 먹어가면서 자신의 위치를 새삼 되짚어 보게된다.
우리네 삶의 주변을 한 번 둘러보자.성인이 되어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현업에서 바쁘게 뛰어다니던 사람들이 일손을 놓게 됨에 따라 당황해 하고 방황하는 모습들을 자주 보게 된다.
여생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많이하는 것 같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낼 수 있을까.
이전에 자신이 갖고 있었던 명예 체면 등을 생각하면 절대로 해법을 찾을 수가 없다.
세속적인 욕심을 버려야 한다.
개인적 여력이 있다면 비록 보수가 없더라도 사회에 봉사하는 길을 찾는 것이 남은 삶을 보람있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필자는 사회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사회에 베풀어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여생을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예전에 일본에 갔을 때 일이다.
당시 일본 나고야성 등 고성을 둘러 보다가 80세에 가까운 노인들이 돋보기를 끼고 땀 흘리며 고성주변 잔디의 잡초를 뽑아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아름답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그 노인네들이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알아 보았다.
노인네들은 공·사조직에서 은퇴한 뒤 여생을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런 보수도 없이 봉사하면서 삶의 만족감도 얻고 사회를 정화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국만큼 명예와 체면이 중요시 되는 나라는 드문 것 같다.
하지만 이로 인해 여생을 편안하게 살아 갈 수 없다면 이 또한 불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사회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앞으로 살아 가면서 사회에 되돌려주는 것이 바로 아름다운 삶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