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전문기자의 '유통 나들목'] 올 한해를 마감하며 ...

올 한해도 6일 밖에 남지 않았다. 유통업계로 보면 올해는 그나마 다행스런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유통업계는 줄곧 시름을 떨치지 못했었다. 예고없이 터진 미국 테러사태는 풀리는 듯 하던 소비심리에 다시 찬물을 끼얹었다. 9월 이후 두달간 유통업계는 살얼음판을 걸었다. 다행히 이달들어 소비자들의 지갑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상승세를 타고 증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나타난 소비심리 호전 덕분이다.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이른바 유통업계 빅3는 올해도 견조한 성장세를 누렸다. 그러나 유통업계가 내년으로 넘긴 숙제도 적지 않다. 첫째는 대형 업체들과 중소업자들 사이에 깊어지고 있는 갈등의 골이다. 학계에선 대형 유통업체에 의한 과점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지난 7월 국회의원들이 주도한 법 개정으로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된 것은 대형 업체에 대한 중소상인들의 공포감이 얼마나 큰 지를 말해주는 상징적 사례다. 셔틀버스 운행중단에 따른 반사이익이 실제 크지 않더라도 심리적 위안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는 게 상인들의 고백이다. 대형 업체들이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선 기자가 최근 분당신도시 상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조사 결과를 다시 한번 이야기해 두고 싶다. 놀랍게도 서현상권 중소상인들의 경우 삼성플라자에 대해 큰 반감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삼성플라자가 인근 상가 상인들과 공동 판촉행사를 시도하는 등 공생을 모색해 왔던 영향이다. 주먹구구식 점포운영에서 벗어나 유통의 과학화를 이루는 것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주먹구구식 점포운영은 부동산 임대업과 비슷한 방식의 백화점들이 시장을 주도하던 시대의 낡은 부산물이다. 내년 이후엔 할인점들이 백화점을 제치고 시장의 주도자로 나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박리다매형의 할인점들은 구조적으로 시스템의 체계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기 때문에 유통업계의 과학화를 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는 한국 유통산업의 세계화를 들 수 있다. 그 주역은 역시 할인점들이다.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전역으로 한국형 할인점들이 진출,현지에서 월마트 까르푸 등 전세계 유통 공룡들과 한판승부를 벌이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