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새해 결심 .. 안용찬 <애경산업 사장>

ceo@aekyung.co.kr 연말이면 반성문이 돼 버리는 마감일기를 쓰곤 한다. 일기를 남에게 보이는 것이 창피하지만 올 연말 반성문은 많은 사람이 보게 되는 것 같다. 올해 가장 반성할 점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벌충하려면 내년에는 말을 적게 하고 행동을 더 많이 해야겠다. 말이 많으면 역시 행동이 못 따르는 것 같다. 늘 웃자고 마음먹으면서도 쓸데없이 화를 많이 냈다. '참을 인(忍)'자 세 번을 외우면 살인도 면한다는데…. 내년에는 제발 화 안내고 웃으며 살아야겠다. 늘 웃고 다녀서 눈가에 잔주름이 더 깊게 패였으면 좋겠다. 현재에 충실하지 못했던 한 해였다. 과거와 불확실한 미래에 너무 신경쓴 것 같다. 그러다보니 소중한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 내년에는 오늘과 현재의 순간순간을 즐기며 최선을 다해야겠다. 책 읽기도 소홀히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달에 적어도 네댓 권은 읽었다. 누가 취미를 물으면 늘 독서라고 대답해 왔다. 그러나 올해엔 두세 권에 그쳤다. 독서를 위해 내년에는 텔레비전 보는 시간도 줄여야겠다. 아이들과 함께 독서하는 시간도 즐기겠다. 얼마 전에 사무실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애경백화점 안에 '리브로'라는 큰 서점이 문을 열었다. 일단 한 달에 10권 정도는 사야 서점을 낸 친구에게 체면이 서지 않을까. 적게 먹고 많이 걷기로 했던 연초 결심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대학원 동기인 친구와 살빼기 내기를 했는데 빼기는커녕 오히려 더 쪄서 세 번이나 체중 측정을 미뤘다. 새해에는 기필코 가까운 거리는 걷고 대중교통도 더 많이 이용할 생각이다. 자연을 찾는데 너무 소홀했다. 가끔 등산도 하고 골프도 했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너무 도시 안에만 있었던 것 같다. 새해엔 한 달에 한 번씩은 반드시 가족과 함께 자연을 찾을 계획이다. 효도도 제대로 못했던 한 해였다. 나와 회사,아이들에게만 시간을 투자한 게 마음에 걸린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나마 부모님과 장모님께 좀더 효도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반성해 본다. 새해에는 좀더 자주 찾아뵙고 어설픈 재롱이라도 부려봐야겠다. 이번 결심은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