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지분 20% 이내 넘길 듯 .. 마이크론 협력 어떻게

하이닉스반도체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간에 공장매각과 지분맞교환을 병행하는 협력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이닉스의 공장 일부를 마이크론에 매각하는 동시에 양사가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이는 경영권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하이닉스와 시장지배력을 높이려는 마이크론의 이해가 맞물려 나온 방안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자산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지,공장의 담보권 설정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등의 문제가 얽혀 있어 결말이 쉽게 나올 지는 단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경영권 유지에 초점=마이크론은 하이닉스의 공장을 인수해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데 제일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회사의 실체를 최대한 보전하고 계속해서 생존하는 것이 일차적인 관심사다. 그 다음이 채권단의 채권회수다. 지난 25일 저녁 귀국한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은 서로 추구하는 목적은 다르지만 "이해관계가 접목되는 묘안이 곧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하이닉스 공장 일부를 사들여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한편 하이닉스는 마이크론과 지분을 맞교환,유동성을 확보하고 생존을 보장받는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이닉스 구조조정특위의 한 관계자는 "공장매각을 병행하면 지분맞교환의 규모가 줄어들겠지만 향후 시장이 회복될 때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하도급 기지 신세를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신국환 하이닉스 특위위원장과 박 사장이 "산업적인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향후 협상 과제들=두 가지 거래가 병행되는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현재 공장매각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미국 오리건주 유진공장은 해외채권단의 부채를 갚고 나면 순자산가치는 얼마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하이닉스측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마이크론이 영업권을 얼마나 쳐주느냐에 달려 있다. 공장 일부 매각은 하이닉스로서는 유일한 강점이던 '높은 시장지배력'을 포기하는 방안이지만 그만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이닉스 지분을 마이크론에 얼마나 넘길지도 관심사다. 공장 일부를 매각하는 경우 마이크론이 당초 원했던 '절대' 지분보다 적은 20% 이하의 지분매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채권단 부채탕감과 자산가치산정 등에 대한 견해차도 조율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쟁업체 죽이기'를 천명했던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공존공생을 용인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선히 바꾼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이닉스 특위측은 "마이크론의 진지한 자세를 확인했다"며 "협상은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아직도 갈길이 남아있다. 마이크론은 도시바에 대해서도 미국 공장을 인수키로 함으로써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이닉스가 마이크론과의 협상에 기대를 걸면서도 인피니언과 접촉하는 것은 이같은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