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새로운 부시' 만들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연말휴가에 들어갔다. 별장이 있는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 뒤 26일 자신의 고향인 텍사스주 크로포드 목장으로 갔다. 1월6일께야 백악관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승리로 이끈데 대한 국민들의 성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휴가를 떠나는 그의 발걸음은 가벼워 보였다. 주인 없는 백악관은 국민들의 시선으로부터 멀어졌다. 백악관 주변을 둘러보는 관광객도 경기침체 탓에 많이 줄었다. 밤이면 백악관 앞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화려한 불빛을 밝히지만 구경꾼들은 예전만 못하다. 이래저래 한산하고 조용해 보이는 백악관이지만 대통령 보좌관들은 '새로운 대통령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아프간 전쟁 승리로 굳힌 전쟁지도자의 색깔을 조금씩 벗겨내면서,경제를 챙기고 국내 정치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새로운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다. 부시의 정치자문 칼 로브,또 다른 고문 카렌 휴즈,그밖에 정치일선에 등장하지 않는 보좌관들은 부시의 효과적인 이미지 변신을 위해 벌써 몇차례 회의를 가졌다. 이들의 고민은 국민들이 대통령으로부터 여전히 테러전쟁 동향을 듣고 싶어하면서도 전쟁지휘에만 몰두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의 상반된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선 부시가 전쟁과 경기회복 그 어느 것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의회가 경기부양책을 마련하지 못한채 연말 휴회에 들어간 것을 무척 안타까워 하고 있다. 이들은 대통령이 '경기부양'이란 말 대신 '경제안보' '경제안전'이라는 말을 쓰도록 조언하고 있다. 학문적인 냄새가 나 서민들에게 와닿지 않는 '부양'보다는 '경제안보'가 경제와 전쟁을 모두 함축하면서 일반인들에게 훨씬 친숙한 용어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단순한 용어선택에서부터 장기전략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부시 만들기는 백악관 보좌관들의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 1월 말로 예정된 대국민 시정연설에서 부시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