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복권

복권의 효시는 로마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재위 BC 27∼AD 14)가 로마의 복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복권을 팔고 당첨자에겐 노예 집 배 등을 주었다는 기록에서 찾는다. 근대적인 형태의 복권은 1530년대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에서 발행된 '로토'(Lotto)라는 복권이다. 한반도에서 처음 선보인 복권은 1945년 일본이 군수산업 자금조달을 위해 그들의 점령지역에서 발행한 승찰(勝札)이다. 우리만의 고유 복권은 미 군정시대인 1947년 대한올림픽위원회가 제16회 런던올림픽 참가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올림픽후원권으로 최초의 공식복권이다. 복권은 꿈의 상징인 동시에 역설적으로 파산의 길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동생과 이웃에 선물한 '플러스 플러스 복권'이 1∼3등에 당첨돼 최고상금 25억원을 타자 동생이 1억원만 갖고 형에게 되돌려준 훈훈한 미담이 있었다. 반면 1994년 미국 복권 사상 최고 당첨액인 1천8백만달러(약 2백34억원)의 복권에 당첨됐던 어느 재미교포는 지난 9월 지나친 기부행위로 7년만에 파산,패가망신하기도 했다. 복권은 해마다 당첨금이 커져 지난 22일 스페인에서는 총상금 12억6천만달러(약 1조6천억원)로 세계 최고를 기록한 '엘 고르도'복권 추첨행사가 벌어졌다. 한 중소기업이 복권 5백장을 사서 직원들에게 돌렸는데 1등에 당첨돼 상금 8천만달러를 나눠가졌다는 후문이다. 최근 국내 한 기업에서도 올해 회사사정이 어려워 정기상여금은 없다면서 직원들에게 복권 한장씩을 나눠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부는 내년 9월 시판 예정인 로토식 온라인 연합복권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복권발행조정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고 한다. 정부가 앞장서 전국민의 도박꾼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지만 정부 부처간에 밥그릇 다툼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하기야 폐쇄적인 북한에서도 자본주의 잔재라며 복권을 허용하지 않다가 요즈음 체육대회 때면 체육복권을 발행,당첨자에겐 컬러TV 냉장고 자전거 등을 나눠준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양정진 논설위원 yang2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