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마감] 8개월중 최고치, "고점 설정 무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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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폭주기관차처럼 치달으며 한때 8개월만에 1,330원대를 경험했다.
달러/엔 환율이 꼭지점 설정을 뒤로 미루며 장중 132엔대로 올라서기도 하는 등 서울 외환시장을 지배했다. 다른 요인은 찾아볼 길없이 일방적으로 달러/엔에 휘둘린 장세였다.
레벨에 대한 부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달러매도(숏) 플레이가 극도로 자제됐으며 고점 설정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달러/엔 동향에 전적으로 기댄 장세가 다음날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1,330원대 진입도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이같은 상승에 대한 평가는 내년초 시장 참여자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어야 내려질 수 있는 부분이 됐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1.10원 오른 1,329.10원에 마감했다. 지난 4월 16일 같은 수준에 마감한 이후 최고치다. 환율은 이틀 내리 오르면서 상승폭만 20.90원에 달했다.
◆ 고점 설정 무의미 = 달러/엔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기 때문에 달러/원의 고점 설정은 무의미한 단계라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당국도 일본 정부의 '엔 약세' 유도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유있는' 상승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달러/엔과 연동된 달러/원의 상승은 일단 용인하겠다는 분위기.
시장이 극히 얇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상승세가 실현되고 있다는 점이 향후 조정을 받으며 급락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어쩔 수 없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연말 네고물량은 뒤로 밀렸으며 감춰져 있던 충당금수요도 몰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반적으로 장이 애매모호하며 어느 정도 오르면 '끝이겠거니'했던 생각이 번번히 무너지고 있다"며 "당장 고점을 설정하는 것도 무의미해졌으며 과잉반등 여부는 연초에 들고 나서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달러/엔이 위로 길이 열려 135엔까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며 "내일 달러/엔이 132엔대에 있으면 1,335원 이상도 가능해 보이고 이 선이 뚫리면 1,350원도 가능한 레벨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 거칠 것 없는 달러/엔 = 일본 정부의 엔 약세 유도 발언이 효과를 발하고 있다. 주변국의 불만마저 의식하지 않는 듯한 정책담당자들의 발언이 시장을 들끓게 하고 있으며 달러/엔은 132엔을 넘보는 급등세를 보였다. 달러/원은 일방적으로 이를 추종했다.
달러/엔 환율은 전날 뉴욕에서 130.86엔을 기록한 이후 이날 도쿄 개장초부터 131엔을 가볍게 넘어선 뒤 추가 상승의 기운을 내뿜으며 한때 132엔대까지 도달하기도 했다. 달러/엔은 오후 5시 6분 현재 131.68엔을 기록중이다.
달러/엔은 개장초 일본의 11월 산업생산이 전달대비 3개월 내리 감소세를 보여 경제침체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한 데 이어 일본 정부 당국자가 '경제 펀더멘털 반영론'과 '개입 무의지론' 등을 거듭 밝혀 상승세를 부채질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재무성 국제담당 차관은 원화 동반 약세와 관련, "다른 나라의 환율 수준을 논할 순 없다"고 말해 주변국의 불만에 개의치 않고 있음을 내비췄다.
달러/엔 상승을 제한할만한 시장 움직임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있으며 엔화의 추가 약세 가능성은 활짝 열려진 셈이다.
국내 수급상 오전중 업체 네고물량 출회와 NDF정산관련 역내 매물이 상승을 약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달러/엔의 상승세가 가속화되면서 일방적인 달러매수세가 득세했다. 업체들은 달러매수에 관심을 드러내며 문의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2원 오른 1,320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직후 이날 저점인 1,319원으로 내린 뒤 서서히 오르면서 9시 56분경 1,323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추가 상승이 막히고 1,322원선을 거닐던 환율은 달러/엔의 상승 재개로 10시 51분경 1,323.20원으로 고점을 바꿨다.
이후 환율은 11시 23분경 일시적으로 1,323.10원까지 올라서기도 했으나 대체로 1,321∼1,322원을 거닐다가 1,322.2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30원 오른 1,322.5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레벨을 조금씩 올려 1시 57분경 1,325원으로 오른 뒤 주춤하다가 2시 28분경 1,326.50원까지 뛰었다.
한동안 1,325원선을 거닐던 환율은 달러/엔의 132엔 돌파에 맞춰 1,330원을 뚫고 3시 31분경 1,331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후 달러/엔이 소폭 밀리면서 1,329∼1,330원을 거닐며 조정을 맞봤다.
장중 고점은 1,331원으로 지난 4월 16일 장중 1,334원을 기록한 이후 최고치였으며 저점은 1,319원이었다. 장중 12원이 이동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333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 이틀째 순매수세를 보이고 주가가 크게 올랐으나 환율과는 무관한 흐름.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3억원의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9억49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4억6,81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3억190만달러, 5억8,500만달러가 거래됐다. 28일 기준환율은 1,325.1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