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화제 뿌리며 마감한 2001 증시] '환한객장' 새해에도 이어지길

주식시장 폐장일인 28일 주가가 급등, 새해를 맞는 투자자들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연초(1월2일) 520.95에서 출발한 종합주가지수는 693.70으로, 55.70에서 시작한 코스닥지수는 72.21로 마감됐다. 올해 증시는 숱한 화제를 뿌리며 어느 해보다 부침이 심했다. 경기침체 속에서 사상 초유의 미국 테러사태가 터지면서 투자자들은 폭락의 아픔을 다시 한번 겪어야 했다. 하지만 절망의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외국인이 한국 기업에 대한 평가를 다시 내리면서 우량주를 중심으로 '사자'행진을 거듭했다. 이에 따라 주가지수는 연중 최고치를 돌파하면서 '대세상승'의 희망을 갖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대박'을 좆던 '개미'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주가를 지켜보면서 실속없이 가슴만 쓸어내려야 했다. 올해 종합주가지수는 연초대비 33.1% 상승했다. 최저가(468.76) 대비 최고가(704.50) 상승률은 50.29%였다. 시가총액은 연초 1백93조1천1백50억원에서 27일 현재 2백46조5천4백1억원으로 27.66% 부풀었다. 거래량도 지난해보다 57.08% 증가한 1천1백59억2백51만주였다. 그러나 저가주인 하이닉스의 거래가 크게 늘어나면서 거래대금은 지난해보다 22.08% 감소했다. 올해 증시는 외국인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의 매매비중은 지난해보다 1.3%포인트 증가한 10.5%를 기록, 처음으로 10%를 돌파했다. 반면 기관투자자는 지난해보다 2.3%포인트 하락한 14.1%에 그쳤다. 외국인은 올해 7조4천7백97억원을 순매수, 사상 최고수준이던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의 주요 매수종목은 삼성전자 포항제철 국민은행 삼성증권 삼성화재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과 대표금융주였다. 반면 하이닉스 SK텔레콤 S-Oil 삼성중공업 한국통신 등은 비중을 줄였다. 따라서 외국인 중심의 랠리에서 소외된 개인투자자들의 '체감지수'는 썰렁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은 케이아이씨로 연초대비 4백88.55%(27일 현재)나 급등했다. 현대해상이 4백79.63%로 뒤를 이었고 남광토건 성신양회 현대백화점 태평양 웅진닷컴 현대모비스 등도 3백%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삼양광학은 72.57% 내려 하락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KNC 금양 EASTEL 인큐브테크 유유산업 등도 주가가 절반 이상 하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거래규모 면에서는 하이닉스가 단연 수위를 차지했다. 하이닉스는 연간 3백51억4천3백45만주가 거래돼 전체 거래량의 30% 이상을 기록했다. 거래대금도 67조9천4백91억원을 기록, 2위인 삼성전자(36조9백84억원)보다 월등히 많았다. 최근 시장상황을 반영하듯 폐장일 증권사 객장은 활기에 찬 분위기. 이날 폐장행사를 가진 대신증권 여의도지점에는 투자자와 직원 등 60여명이 모여 아쉬운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에 대한 희망을 다졌다. 박모(47)씨는 "악몽 같았던 지난해를 떠올리면 올해는 그나마 괜찮았다"며 "내년에는 경기가 살아나 주식시장도 활황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모(58)씨는 자신이 투자한 코스닥 종목의 차트를 보여주며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하나도 재미를 못봤다"며 "올해 돈을 많이 까먹었으니 내년에 기대할 것도 없다"며 씁쓸해 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내년 장세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모습이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굴곡이 많았던 한해였지만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연말 주가가 크게 상승해 내년 장세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새해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폐장일 지수가 고가 수준에 근접해 내년 연초 긍정적인 장세흐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장 사장은 "내년에는 개인과 기관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올해 제 역할을 못했던 기관투자가가 이끄는 장세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