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방송광고 총량제

정부가 방송광고 총량제및 TV중간광고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방송광고 총량제란 광고의 전체 분량만 규제하고 유형 횟수 시간 길이 등은 방송사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74년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금지됐다가 99년 통합방송법 제정을 계기로 불거졌으나 여론에 밀려 가라앉았다가 최근 다시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논란의 요지는 간단하다. 방송및 광고계는 디지털방송 재원도 마련하고 월드컵 광고 특수에도 대비해야 하는 만큼 즉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시청자와 소비자 단체에선 방송의 공익성및 시청자 주권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반대한다. 양쪽 주장 모두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고 있다. 방송및 광고계는 총량제가 되면 요금을 올리지 않고도 수입을 늘릴 수 있어 디지털방송은 물론 프로그램 수준 향상을 위한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중간광고의 경우 프로그램 수출 증대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시청자와 소비자단체에선 총량제가 실시될 경우 황금시간대에 광고가 집중배치되게 돼 가뜩이나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더욱 가속화시킬게 뻔하다고 지적한다. 시청률이 프로그램 존폐와 편성을 결정짓는 마당에 그렇게 되면 베끼기와 대응ㆍ중복 편성에 따른 프로그램 획일화, 폭력및 선정주의라는 국내방송의 병폐가 더욱 심화되리라는 것이다. 실제 시청률이 올라간다는 이유로 드라마마다 조폭을 등장시키는게 현실이다. KBS 2TV 주말연속극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어'에선 동생이 조폭을 고용해 형을 납치하는 내용을 내보냈고 SBS '피아노'는 아예 전직 조폭을 주인공으로 설정, 매회 조폭 관련 장면이 방영될 정도다. 미국은 84년 광고량 규제조항을 삭제했고 일본은 주간 총량제를 실시하는 등 총량제는 세계적인 추세다. 디지털방송과 위성방송 개시 등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따라 방송광고 제도가 개선될 필요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청소년 보호장치가 없는 만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