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을 기대하며

2002년 증시는 박스권을 한 단계 높이며 대세상승을 시도할 전망이다. 세계적인 공조 금리인하 등으로 형성된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로의 유입에 속도를 더하는 가운데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서면서 기업실적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다만 엔저현상 등 외적변수와 경기회복 속도 등을 제한적인 요인을 감안할 때 급격한 등락보다는 완만한 상승 추세가 예상되는 만큼 조정시마다 주식 편입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종합지수는 지난 1년간 머물던 박스권 상단부인 600∼630선을 지지선으로 삼아 월드컵이 마무리되는 3분기중 900선을 넘본 이후 대선을 앞두고 오름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실적주와 내수관련주, 금융주 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이후 IT주, 경기민감주 비중을 점차 확대할 것을 권한다. ◆ 대세상승, 관건은 경기 = 2002년 증시의 최대 화두는 경기회복이다. 견해차이는 여전하지만 논의의 중심은 이미 바닥확인 여부를 지나 회복 시기와 정도에 쏠려 있다. 올 해 증시가 열 한 번에 걸친 미국 금리인하와 테러사태 이후 잇따른 세계적인 금리공조로 인한 유동성 보강과 그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추진력을 받았다면 내년 증시는 유동성의 지지력과 경기회복의 실현 여부가 대세 상승을 가늠하겠다. 국내경기는 IMF 보고서 등에서 보듯이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4분기 이후 본격적인 상승 추세를 그릴 전망이다. 이같은 경기회복은 금융비용 감소, 국제유가 하락, 환율 하락 등과 더불어 기업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이미 지난 3/4분기 중에 바닥을 확인한 내수경기 회복세는 경기부양책, 월드컵 개최 등에 따라 탄력을 더하겠다. 수출의 경우 불투명한 미국 경기 회복, 일본 경기 침체와 엔화 약세 등으로 회복시기가 다소 지체될 공산이 크다. 경기회복은 내수와 수출의 회복 시차와 세계 경기의 동반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V자형보다는 U자형 회복이 점쳐진다. 더불어 국내증시의 경우 기대감이라는 이름으로 일정 부분 선반영된 터여서 점진적인 반영 속에 수출회복 시기와 반도체 가격 등이 '경기모멘텀'의 강도를 결정할 것으로 예측된다. 증시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지지선을 구축하면서 경기회복 속도와 함께 상승폭을 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 외국인, 여전히 수급의 주체 = 올해 일어난 세 차례의 랠리는 외국인에 의해 주도됐다. 기관과 개인은 이렇다할 매수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상승을 지켜봐야만 했다. 외국인이 연말 휴지기에 들어간 사이 기관이 주도권 이전을 요구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테러 이후 확산된 안전자산선호 현상이 완화되고 채권투자 메리트가 감소함에 따라 증권투자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 한국 증시에 대한 활발한 재평가 과정이 전개되면서 선진국시장에 비해 비중이 늘고 있는 이머징 마켓내에서의 위치가 격상되고 있다. 유동성 확대에 따라 실탄이 충분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에 따라 강력한 시장주체로 수급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 외국인의 매수 관점은 유지될 전망이다. 외국인은 올해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각각 7조4,700억원과 1조2,200억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을 주도했다. 외국인의 폭발적인 매수세는 그러나 다소 진정될 것이다. 이미 전체 상장주식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비중이 37%에 달하고 있고 선호종목인 삼성전자, 국민은행, 포항제철, 현대차 등에 대한 지분율은 50%를 넘어섰다. 국내증시의 매력도 증가에도 불구하고 부담스러운 지분을 확대하기보다는 차익 실현 욕구를 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기관 행보가 관심이다. 연말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매수에 가담한 기관이 장기증권저축, 국민연금 등을 바탕으로 '기관장세'를 이으며 외국인과 선순환 랠리를 주도할 지 주목된다. ◆ 외적요인, 월드컵과 대선 = 2002년에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라는 굵직한 국제대회가 기다리고 있다. 또 6월 지방선거와 연말 대선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엔저현상 지속과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불안 요소는 주가의 발목을 잡겠다. 이같은 증시 외적 요인은 기본적으로 추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탄력을 제한하거나 가속도를 지원하는 하기엔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월드컵이 개최되는 6월과 대선이 열리는 12월이 각각 상반기와 하반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다.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된 월드컵은 운송, 백화점, 숙박, 광고, 방송 등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군에 대한 테마를 형성하는 동시에 내수경기를 촉진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부산 아시안게임도 월드컵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호재다. 대통령선거는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주가 상승을 제약할 요인으로 꼽힌다. 대통령중심제인 한국의 특성상 선거전 증시 움직임?선거판과 무관하지 않게 움직인다. 다만 지난 88년 직선제로 바뀐 이후 선거가 끝난 이듬해의 경우 불확실성 해소와 개혁 정책 실행 등으로 주가가 급등했던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엔화 약세는 증시에 부담이다. 일본 경제의 취약성과 내년 미국 경제의 회복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달러/엔의 140엔대 접근 가능성이 얘기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등 주변국에서 일본 정부에 엔화약세 용인설에 대한 해명을 촉구, 견제움직임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연말 약세가 추춤해졌지만 추가 하락에 대비할 시점이다. ◆ 가치주 vs 성장주 = 올해 증시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는 가치주의 두각이다. 반도체 값이 급락하고 IT를 중심으로 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실적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태평양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몇 해 동안 정체된 움직임을 보이던 실적주 찾기가 유행처럼 번지며 증시를 휩쓸었다. 성장주는 경기를 원망하며 가치주에 비해 어두운 시절을 보냈음은 물론이다. 업종과 종목 선정의 기준은 여전히 실적에 달려있다. 최고 실적을 낸 기업 주가는 최고치를 기록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경험한 터라 불황을 이겨낸 기업에 대한 관심은 호황에도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경기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기울기가 커질 경우 IT를 중심으로 한 성장주나 경기민감주가 더 나은 수익률을 보장한다. 2002년 증시는 먼저 상승 추세를 나타낸 내수관련주와 실적주와 함께 은행, 증권 등 구조조정 관련주에 관심을 둘 것을 권하고 있다. 지수관련주나 IT주에 대한 매수시기는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는 2/4분기 이후로 잡아도 늦지 않아 보인다. 업종별로는 유통, 금융, 통신, 건설 등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 전기전자, 화학, 자동차, 전자상거래 등에 대한 저점 매수 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