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駐日대사관원들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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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관문인 나리타공항은 도쿄에서 가까운 곳이 아니다. 70㎞ 정도 떨어져 있어 고속도로를 이용해도 1시간 반은 족히 걸린다.
한번 다녀오자면 반나절은 날아간다.
도쿄에 파견 나온 공무원과 비즈니스맨들이 끙끙대는 고민이 하나 있다.
공항영접이다.
찾아오는 손님들을 영접하고 배웅하는 것은 우리네 미풍양속이다.
지리도 낯설고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 땅에서 겪을 어려움을 생각하면 도움 받는 쪽에선 더 없이 고마운 일이다.
영접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뿌듯한 보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나리타공항의 환송·배웅은 미풍양속과 거리가 멀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가을 이후 도쿄를 찾는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의 출장이 잦아졌다.
역사교과서 왜곡문제 등으로 꼬여 있던 양국관계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을 반영하듯,공직자들의 도쿄 출입이 활발해졌다.
출장이 늘어난 만큼 국익증진에 플러스가 될 것이 틀림없다.
고위공직자들의 출장 손익계산서는 그러나 이익만 내세울 뿐,보이지 않는 비용을 적잖이 감춰두고 있다. 주일 한국대사관에선 서울손님을 맞기 위해 직원들이 공항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것이 기본임무처럼 돼버렸다. 한 직원은 "부서마다 1주일에 서너 차례는 나리타를 다녀온다"고 귀띔한다. 그는 "높은 분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면 아예 일손을 놓아야 할 때도 있다"고 털어 놓는다.
역사교과서를 바로 잡고 꽁치어장을 지키기 위해 일본 관료와 씨름해야 할 인력들이 공항로비와 길에다 시간·정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횟수만이 아니다.
고위 인사들 중에는 공항에 내리자마자 "대사는 어디갔느냐"며 마중 나온 사람의 직급부터 본다는 게 또 다른 직원의 귀띔이다.
"외교가 전문인지,접대가 전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열흘 전에도 공항에서 반나절을 보낸 한 고위 외교관은 자신의 역할이 무언지 의심스럽다며 이렇게 푸념했다.
나리타 왕복이 주요 일과의 하나인 주일 한국대사관이 세계 최고의 고물가국 일본 땅에서 공관 운영비와 직원보수로 지급한 국민 혈세는 2000년의 경우 1천5백여만달러(약20억원)였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