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다시 뛴다] 한국기업 '월드 베스트'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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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Winner takes all)"
국경을 뛰어 넘는 무한경쟁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말이다.
원가절감을 통한 시장 지배력을 극대화하고 한 세대 앞선 기술로 경쟁업체를 따돌리지 못하면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극한 경쟁시대가 되고 있다.
선두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느냐,선두주자로 시장을 독점하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국내기업들도 전사 역량을 승부사업에 집중하는 "월드 베스트"전략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전기.전자=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세계 경기침체에도 불구,공격적 마케팅을 펼쳐 주력 제품들의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D램을 비롯한 주요 제품들의 세계시장 공략을 가속화해 기존의 세계 1위 품목인 D램,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휴대전화,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모니터,전자렌지에 이어 VCR를 세계 1위 제품에 추가했다.
D램의 경우 PC 외에 휴대전화,셋톱박스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시키고 원가절감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2000년 20.9%에서 30% 수준으로 높였다.
VCR는 지난 연말까지 예상 판매량이 1천만대로 시장점유율이 2000년 18%에서 21%로 상승,세계 1위에 올라서게 된다.
LG전자도 세계 1위인 에어컨의 판매량을 대폭 늘리고 CD롬 드라이브와 CD-RW의 시장점유율을 높여 1위를 유지했다.
에어컨은 총 4백90만대가 판매돼 지난해의 4백10만대보다 20% 가량 늘어나 시장점유율이 11.6%에 달할 전망이다.
LG는 기존의 1위 제품 외에 시장점유율 11%로 세계 2위인 LCD TV의 점유율을 새해에는 15% 이상으로 높인 뒤 2005년에는 세계1위를 달성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이미 세계적인 위상을 확보한 가전 분야에서 차세대 월드베스트상품 육성 계획도 속속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새해에 총 3천2백만대로 추정되는 세계 DVD플레이어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달성,세계 시장을 제패한다는 목표를 세우놓고 있다.
휴대폰은 수출확대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지난해 전년(1천5백53만대)보다 40% 증가한 2천1백80만대를 해외에 팔아 세계 1위를 향한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LG전자는 차세대 유망상품인 PDP-TV(벽걸이 TV)에서 세계 1위에 도전한다.
조선.중공업=부동의 세계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조선은 고부가사업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수익성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특수선박과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설비(FPSO),중형엔진,해수 담수화설비 등 15개 미래형 고부가사업을 "월드베스트 핵심사업"으로 육성해 나가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은 2005년까지 드릴십,초대형 LNG선,아프라막스탱커,FPSO,LNG/LPG-FSO(부유식 저장설비) 등 6품목을 세계 1등 상품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독자기술로 개발한 선박용 블랙박스도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해 간판제품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섬유.화학= LG화학은 2005년까지 48개의 월드베스트 상품을 육성한다는 목표아래 2차 전지,반도체용 절연 소재 등 정보전자소재 분야에 역점을 두고 연구개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정보전자소재에서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패널)용 형광체와 리튬 폴리머전지를,석유화학 분야에서 신촉매,내열투명 ABS수지 등을 개발하는데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효성은 세계 1위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타이어코드지와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판텍스 제품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중국 미주 유럽 등 주요 수요지역에 직접 생산기반을 확충키로 했다.
특히 스펀덱스 타이어코드지 중전기 페트병 나일론 등을 월드 베스트 품목으로 키운다는 계획 아래 집중적인 투자전략을 펴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