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위기 조기수습 '물거품'

아돌포 로드리게스 사아 임시 대통령의 사임으로 아르헨티나 경제위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외채 상환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고 새로운 제3의 화폐 발행계획을 발표하는 등 위기 수습에 나섰던 그와 상원의장의 연이은 사임으로 아르헨티나는 권력공백상태에 빠졌다. 임시 대통령으로 선출된 지 불과 일주여일 만에 물러난 것은 자신이 내놓은 위기 수습책에도 불구하고 시민폭동이 재발한데다 당내 권력투쟁이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국민은 제3의 화폐인 아르헨티노가 1월 중순에 통용되면 기존 페소화가치가 급락,물가가 치솟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은행에서 페소화를 인출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예금 인출 제한 조치 탓에 대량의 현금을 인출할 수 없자 불만이 팽배해졌다. 임시정부의 아르헨티노 발행계획으로 페소화 재산가치가 크게 줄어들 것을 염려한 국민들은 지난 주말 예금 인출 자유화를 요구하며 다시 폭동을 일으켰다. 폭동사태 후 임시정부 각료들이 전원 사의를 표명했다. 사아 대통령은 이같은 사태를 수습할만한 묘수를 찾지 못하자 중도 사임을 택하게 된 것이다. 당초 그는 오는 3월까지 임시 대통령 재직기간 중 경제위기를 어느 정도 해소한 후 여세를 몰아 정식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었다. 특히 소속 정당인 페론당 내의 권력투쟁으로 정치력에 한계를 느낀 것도 중도 사퇴의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페론당 내 경쟁자들은 사아 임시 대통령이 내건 '일자리 1백만개 창출' 등 경제회생 대책이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선심정책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임시 대통령과 상원 임시의장의 잇따른 사임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에우아르도 카미노 하원의장은 앞으로 새 임시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아르헨 정국을 이끌어가게 된다. 아르헨티나 경제위기의 조기 수습 희망은 정부의 지도체제 불안으로 사실상 사라졌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임시정부 출범 후 아르헨티나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혔었다. 그러나 안정된 지도체제 부재로 인한 대외 협상창구 마비로 아르헨티나는 당분간 외부 지원을 받아내기도 어려워졌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