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産 한국家電제품 역수입 붐 .. 삼성 현지개발 반도체냉장고 도입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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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한국제품이 역수입되고 있다.
가전업체들이 중국 현지에 설립한 연구개발(R&D)센터에서 개발한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현지공장은 보급형,국내 공장은 고급형이라는 기존 이원화 구도도 붕괴돼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3일 중국 쑤저우(蘇州)법인(SSEC)에서 독자 개발한 반도체 냉장고를 상반기 중 국내에 도입,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이 중국 법인에서 독자 개발한 첨단제품을 역도입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현지 R&D 인력이 개발한 이 제품은 반도체용 소재인 펠티어(peltier)를 이용해 컴프레서를 없앰으로써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전류에 의해 온도 차가 생기는 펠티어 효과를 냉장고에 응용해 내부 온도 편차를 0.5도 내로 줄였다.
이는 일반 냉장고의 평균 온도 편차인 4도에 비해 8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와인보관용으로 탁월한 기능을 발휘한다.
현재 이 제품은 미국 GE에 OEM(주문자상표 부착)방식으로 공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마진율이 40%에 이르는 고수익 제품인 이 반도체 냉장고를 국내에 반입해 와인셀러(Wine Celler)로 판매할 계획이다.
최근 국내 와인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새로운 니치마켓(틈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은 반도체 냉장고 제작방식을 일반냉장고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현재 용량(40ℓ)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LG전자의 경우 이미 지난 99년부터 미니콤포넌트와 카세트 등을 중국 후이저우(惠州)법인에서 가져와 팔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절 생산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도 CD플레이어와 홈시어터용 기기는 전량 중국 후이저우법인(SEHZ)에서 생산해 국내에서 팔고 있다.
가정용 팩스기도 중국 산둥성(山東省) 생산법인(SST)에 전량 의존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대졸 초임이 월 3백달러(약 40만원)인 반면 한국은 각종 성과급을 포함할 경우 2백만원으로 5배나 비싸다"며 "물류비를 빼더라도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급제품 생산라인도 빠른 속도로 중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LG전자는 PDP(벽걸이) TV 생산라인을 지난해 8월 중국 선양(瀋陽)에 건설, 현지 생산중이다.
글로벌 생산거점의 중심을 중국으로 옮긴다는 방침 아래 R&D 조직의 중국 이전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0월 톈진(天津)에 디지털미디어 연구센터를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본사의 강점이던 R&D분야의 우위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반도체 냉장고와 같은 '기술 역수출형' 제품도 국내시장에 잇달아 선보일 전망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